장동건이 뒹굴던 갯벌… 전지현이 거닐던 바닷가 '영화 속 지형 이야기' / 양희경ㆍ장영진ㆍ심승희 지음 / 푸른길 발행ㆍ256쪽ㆍ15,000원 | |||||
대학과 고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세 사람이 쓴 이 책은 이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지리적 공간, 그 중에서도 지형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땅과 그 땅에 얽힌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영화의 한 장면에서 지형학적 정보로’라는 도식을 따르지만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개인적 감상이 잔잔히 흐르기도 하고, 때론 자연 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취화선>의 갯벌은 염분이 축적돼 생물이 살기 힘든 염습지다. 퉁퉁마디, 갈대, 칠면초 등 내염성이 강한 식물이 붉은 군락을 이룬 이 지형은 첫사랑 소운(손예진 분)을 잃은 장승업의 황량한 내면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면 끝을 알 수 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해안선>의 무채색 갯벌은 불안과 광기가 가득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폭풍의 언덕>의 무대인 영국 잉글톤 지방은 석탄기에 형성된 석회암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대다. 회색빛의 암석 표면이 울툴불퉁하게 용식돼, 에칭 기법의 판화작품처럼 메마르고 거칠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같은 카르스트 지형이라도 <소림사2>의 중국 구이린(桂林)이나 <인도차이나>의 베트남 하롱베이는 수묵화의 풍경에 가깝다. 기후대와 해발 고도의 차이, 빙하 침식작용의 유무 등이 전혀 다른 느낌을 빚어낸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영화라는 프레임을 통해 지형을 볼 수도 있고, 지형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영화를 읽을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스쳐 지나는 작은 돌멩이, 습지의 풀 한 포기, 바닷가의 모래 알갱이 하나가 모두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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