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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

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

by 푸른길북 2013. 1. 15.

 

 

 

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

 

누구나 마음 한 켠에 묻어둔 아련함을 일상의 언어로 노래하다.

 

사랑의 달콤했던 기억, 이별의 씁쓸했던 기억, 막다른 골목에 놓여진 것처럼 막막했던 기억, 그래도 삶은 살아 볼만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기억…….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러한 기억들. 때로는 너무 수줍어서, 때로는 너무 설레서, 또 때로는 너무 아파서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혼자서 마음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아련함을 양광모 힐링 시집『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에 고스란히 담았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졌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중에서

시인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인 사랑, 그리고 삶 그 자체에서 느끼는 갖가지 정서들을 일상의 언어로 시에 쏟아 내고 있다. 덕분에 ‘시’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앞서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 독자들도 시인의 감성에 어렵지 않게 녹아들 수 있다.

시인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에서 인생의 쓸쓸함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담담함은 체념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생이 비록 그러할지라도, 아니 그러할수록 “그런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는 데서 온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며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에게 삶이란 “그래도 살아볼만한 것이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것”이다. 삶을 대하는 시인의 긍정적 자세는 시집 곳곳에 드러나 있어 한 편, 한 편 시를 읽을 때마다 영혼이 지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위안을 줄

혹시라도 이 시집 속에
가슴 뛰게 만드는 詩 한두 편 있다면
와락 사람이 그리워지기를
덜컥 사랑에 빠지기를
실컷 눈물 흘리며 울기를
불끈 주먹 쥐고 다시 일어서기를


- 서문 중에서

것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본인을 시인이 아닌 시우(詩友)라고 부른다.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시를 통해 독자와 친구가 되어 친구의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자신도 위로 받길 원하는 것이다. 추운 날씨만큼 얼어붙은 영혼들에게 『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가 36.5도의 온기로 전해지길 바란다.

 

 

지은이 양광모(azus39@naver.com)

필명 푸른고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SK텔레콤노동조합위원장, 도서출판 ‘목비’ 대표, 청경장학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2007년 한경닷컴 ‘올해의 칼럼니스트 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머니투데이와 인데일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하철 종합신문 더 데일리 포커스에 <양광모의 출근길 1분 명언>을 연재 중이다.

영혼의 체온은 항상 100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촛불이 뜨겁게 타오를수록 촛농도 더 많이 고인다는 것을 시와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차례

한 번은 詩처럼 살아야 한다

 

1부 인생미로(人生美路)

분수(噴水) 앞에서│마음의 힘│선풍기에게│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나는 어떤 죄를│생일(生日)│안경│인생미로(人生美路)│살아 있다는 것│그 길│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우산│인생 한 때│벽│인생에 대하여│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빈 의자│성기(性器)를 찾습니다│초보 시인│천상병(千祥炳)│시집(詩集)살이│아직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내 안에는 내가 없지만│이상한, 혼란스러운│지구의 모양에 관한 우화│희망│괜찮아│청춘의 체온│단풍연가│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2부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사랑이란│어떤 사랑│사랑은 언제나 12시│육교│사랑법│이별법│보고 싶은 사람 하나 생겼습니다│내 사랑 지지 않는다│사랑은 불로 태어나 물로 죽는다│붉은 내 사랑│레테의 강│사랑후 사랑│풍경│사랑이 사랑을 외롭게 한다│사랑아, 내 부르거든│누군가의 안은 누군가의 밖│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사랑은 대체│가을이 나를│바람도 불지 않는데│가을 사랑│사랑이 아닙니다│한 번만 더│사랑이 꽃을 피우는 일과 같다면│어떤 사랑은 이면지(裏面紙) 같아서│가장 아름다운 사람│사라지는 것이 있다│그리워서 끝내는 일│외로움은 참 외롭기도 하더라│사랑은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입니다│사랑해│가을은 언제나 봄보다 슬프다│사랑에 대한 예의│사랑은 입 머는 것│아름다운 이별만이라도│사랑질│낙엽│아내│십일월이 이삼일쯤 남은 저녁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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