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의 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
펴낸곳 ❘ (주) 푸른길
지은이 ❘ 김중섭
정 가 ❘ 15,000원
ISBN ❘ 978-89-6291-200-5 03890
사 양 ❘ 152*225, 304쪽
초판 1쇄 발행일 ❘ 2012년 6월 18일
분 야 ❘ 여행>여행 에세이
비행기로는 한 시간, 자동차로는 단 하루 거리, 도보로는 44일
그 꼴난 1,050km짜리 산길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더라
은의 길, 혹은 현지어로 Via de la Plata, 영어로 Silver Way라 불리는 이 길은 은의 길이라는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로마인들이 만든 도로가 생긴 이후 주로 광물을 나르던 길이라고 한다. 이렇게 들으면 은 광산이라도 있나 싶지만, 스페인어로 은을 뜻하는 ‘Plata’는 사실 이 길과 별로 상관이 없는 단어다. Plata는 이슬람어 ‘Balata'에서 와전된 단어로, 원래 뜻은 ‘포장 도로’를 뜻한단다. 도로 제작에 남다른 솜씨를 지녔던 로마인들이 닦아 놓은 길인 만큼, 곳곳에 그럴 듯한 이야기 한 자락쯤은 박혀 있을 듯한 예스런 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카미노 코스.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남부의 생장피데포르에서 시작해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끝나는 ‘프랑스 길’이다. 그에 비해 은의 길(Via de la Plata)은 스페인 남부 도시 세비야에서 출발해 서북 방향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향한다. 혹자는 이 길을 카미노 코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길로 분류하기도 한다. 산세도 험할 뿐더러 여름엔 타오를 듯한 햇볕이 날름대는 곳, 화살표도 친절하지 않고 툭하면 사나운 개들이 출몰하는 곳, 저자는 이 길을 걸으며 변변찮은 안내서 하나 없는 게 가장 불편했다고 한다.
낭만의 산티아고 순례길 비아 데 라 플라타Via de la Plata(은의 길),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개 조심부터 실시!
책을 열고 나서 독자는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잘 나가다가 왜 갑자기 개 조심하는 법이며, 막대기로 개와 대치하는 법이 나오느냔 말이다. 그것은 저자의 의도이기도 하다. 그는 철저하게 여행자의 입장에서 책을 썼다. 은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와 유물에 관심을 가진 여행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행자들조차 덩치 크고 사나운 개들을 만나면 몸을 사려야 한다. 혹시 그런 위험을 피했다 해도 ‘은의 길은 길을 잃기 쉬운’ 길이다. 언제든 미아가 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런 불운들을 혹여 자신은 피했다 해도 자신 뒤에 걷는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필요한 것 외에는 대담하게 생략하고, 숙소 위치나 슈퍼 등 헷갈리기 쉬운 위치들을 한눈에 쏙쏙 들어오게끔 정리해서 담았다. 만약 카미노 순례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더 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은의 길을 실제로 걸어서 완주한 사람이 제공하는 최신 정보에, 한국어로 쓰여진 안내서라면 그에게 더욱 반가우리라 믿는다. 그럼 카미노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상관없다. 저자의 입담이 보통내기가 아니다. 확실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은의 길,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험한 말만 나오지 않으면…
여러분, 언제나 웃으며 걸으세요
이 책의 제목이 [은의 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인 이유는 말 그대로 욕 나오는 길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7~8월에 이 길을 걷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사람도 적을 뿐더러 찜통 더위에 늘어붙은 아이스크림마냥 주르륵 녹아내리기 딱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휴가철보다는 3~4월, 9~10월이 이 길을 걷는 데 적당하단다. 대체 얼마나 험한 길이기에? 아무리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에 나올 법한 황무지나 낭떠러지 길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그 유명한 로마인의 발자취가 스민 곳이다. 곳곳이 장관이고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 순례자를 기다린다. 안내 표지가 조금만 더 편리하고 친절하기만 하다면 마냥 좋기만 한 길이 바로 이 은의 길이다.
“제가 헤맸던 곳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른 이들 역시 대부분 길을 잃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게 되는 이유는 안내서에 전반적인 설명만 있을 뿐 꼭 필요한 정보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헤매기 쉬운 곳에는 ‘길을 잃기 쉬우니 조심하세요.’라고 쓰여 있지만, 도대체 어떻게 찾아가라는 건지 나오지 않았어요. ‘마을에 도착합니다.’라고 코스 설명이 되어 있어도, 마을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느리게 걸으며, 제가 겪은 내용들을 정리했어요.”
이쯤 되면 궁금해질 법하다. 저자는 왜 하필 은의 길을 택했을까. 누구나 일상에 염증을 느낄 때가 있다. 재충전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가르는 아주 작은 혼돈 기간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뻔한 현실을 살아가던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깔끔히 면도한 얼굴, 왁스로 한껏 뽐낸 머리, 그리고 반짝이지만 생기를 잃은 눈빛. 어릴 때 안고 자던 곰인형의 눈빛입니다. ‘우리, 얘기 좀 해.’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더는 무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래도록 대화가 없던 영혼과 대화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생기 없는 곰인형의 눈빛”이라는 표현에서 뜨끔하다면, 저자의 여행기를 펼칠 준비는 다 된 셈이다. 얘기 좀 하자는 마음과 그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본문에서 확인하자. 그리고 혹시 이 책을 읽은 당신이 은의 길을 찾아갈 일이 있다면, 저자의 말처럼 좀 더 많이 웃으며 걸을 수 있겠다. 이 길을 걸을 다음 사람으로 하여금 은의 길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오는 횟수를 줄여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니까.
글·사진 김중섭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3년간 바이오벤처에서 신약 발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점점 식상해졌죠. 뻔한 현실을 살아가던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저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깔끔히 면도한 얼굴, 왁스로 한껏 뽐낸 머리, 그리고 반짝이지만 생기를 잃은 눈빛. 어릴 때 안고 자던 곰인형의 눈빛입니다.
사람이 인형과 다른 것은 영혼을 가졌다는 것 아닐까요? 좁은 몸뚱이에 갇혀, 같은 곳을 오가는 동안 영혼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습니다. 이대로는 인형이나 로봇과 다름없이 살게 될 판이에요.
‘우리 얘기 좀 해.’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더는 무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래도록 대화가 없던 영혼과 대화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요? 자연이라는 앰프를 통해 그 목소리를 더욱 맑게 들려 주는 은의 길. 영혼과 함께 산책하세요.
차례
머리말
떠나기 전에
1. 초반이라 그런지 참 어리바리하군
2. 소풍 나온 강아지마냥 신났다
3. 세계 정복을 꿈꾸는 미생물들
4. 관상 보니 좀 걷게 생겼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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