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동안의 거짓말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펴낸곳 (주)푸른길
지은이 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옮긴이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정 가 28,000원
ISBN 978-89-6291-416-0 93330
사 양 152×225mm, 500쪽
1판 1쇄 발행일 2017년 7월 19일
분 야 사회비평 > 여성문제 / 학술 > 사회학·여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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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이름에 숨겨진 성차별을 폭로하다
“비뚤어진 조언, 때로 악의적인 조언에 대한 충격적인 보고서···
사회사에서 빠져 있던 놀라운 에피소드의 부활” -옵저버(런던)
우리나라 방송광고에 여성이 먹는 피임약 광고는 있지만 콘돔 광고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성 건강의 정치학’이다. 미국 사회에서 한때 문제가 됐던 유산방지제 DES, 여성용 피임기구 달콘실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여성용 호르몬제 모두 여성의 건강에 앞서 먼저 고려되는 이슈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갱년기 우울증’이라는 말 또한 완경을 질병으로 진단한 의료 산업과 이를 승인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결탁이다.
『200년 동안의 거짓말: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 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는 이러한 성차별적 의학의 조언과 제약 회사의 판촉에 여성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를 비롯해 ‘과학적’이라고 믿어 온 ‘전문가’들이 여성에게 어떤 조언과 처방을 해 왔으며 거기에 여성들이 어떻게 휘둘리고 대응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산업화와 세계대전을 계기로 여성들이 노동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할 무렵 등장한 전문가들이 과학적 전문성을 내세우며 여성들이 여성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일례로 의사들은 여성의 행동을 길들이기 위한 19세기의 음핵절제에서부터, 어머니를 거세자라고 비난한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성적·감정적·모성적 삶에 개입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에 따르면 생리는 격리가 필요한 병이었고, 임신은 장애 상태를 의미했으며, 고학력은 자궁의 장기적 건강에 대한 위협이었다.
우리는 이를 ‘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는가. 국책연구원이 ‘여성이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연수·자격증 취득시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고작 올해(2017년)의 일이다. 정부기관이 ‘가임기 여성 출산지도’를 내놓으며 ‘여성=출산’으로 보는 것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태연하게 통용되는 여성관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작가로 오랫동안 적극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드러 잉글리시가 함께 쓴 『200년 동안의 거짓말: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의사,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가정과학자, 육아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미국의 역사적 전환기에 등장한 이른바 과학적 전문가들이 지난 2세기 동안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으며, 여성의 본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주입시켰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들은 의료의 역사, 심리학의 역사, 아동의 역사, 가정의 역사가 사회·경제적 변화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 속에서 여성의 본성과 의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출판물, 회고록, 잡지, 편지, 강연, 팸플릿 등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역사적 국면마다, 또 여성의 삶의 단계마다 간섭하고 개입해온 과학적 전문가들의 200년 동안의 조언이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지만 성차별적 편견으로 가득했으며, 정말 여성을 위했다기 보다는 엘리트 직업의 특권과 직업의 역사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폭로한다. 저자들은 여성의 권리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21세기 현재의 여성해방은 여전히 미완의 ‘모호한 해방’이라고 진단한다.
혼인할 만한 남자가 없어도 때가 되면 무난하게 결혼을 하고,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곳에서 일하기를 독촉 받는 여성들은 실제로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핑크컬러게토pink-collar ghetto’에서 일하면서 가사노동과 양육, 가족 관리의 대부분을 떠맡은 채 경제적·성적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직업, 배우자, 자녀 모두를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일·가정 양립’이라는 그럴듯한 시도는 하면 할수록 일과 가정 양쪽에서 더 큰 착취만 당할 뿐인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한때 “취집”이라는 말로 여성들을 노동시장 진입 경쟁에서 배제하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 여성의 직업은 결혼 시장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조건이 됐다. 그러나 노동시장 진입 후에는 여전히 ‘유리천정’에 부딪히거나 ‘선택적 이탈’을 해야 하고, 결혼 후에는 자녀 양육을 위해 책과 TV와 인터넷의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지한 채 자녀 최우선주의 삶을 사는 지금 우리 여성의 모습이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 중서부 도시 ‘미들타운’의 100년 전 어머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 및 역자 소개
• 지은이 소개 •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_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사회학자, 정치 활동가이다. 또한 저널리스트와 문화비평가로서 20권 이상의 책을 썼다. ≪타임≫, ≪하퍼스≫, ≪네이션≫, ≪뉴욕 타임스≫ 등의 신문과 잡지에 많은 기고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 『긍정의 배신(Bright-side)』, 『희망의 배신(Bait and Switch)』, 『피의 의식(Blood Rites)』, 『남자들의 마음(The Hearts of Men)』, 『우리 인생에서 최악의 시절(The Worst Years of Our Lives)』, 『추락의 두려움(Fear of Falling)』 등이 있다.
디어드러 잉글리시(Deirdre English)_페미니스트 작가이자 교수로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진보 좌파 성향의 잡지 ≪마더 존스≫의 편집장이었으며 ≪네이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일요신문≫, ≪보그≫ 등 많은 잡지와 텔레비전 및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가 및 컨설턴트로 활동해 오고 있다. 현재 UC 버클리 저널리즘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 옮긴이 소개 •
강세영_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가르쳤다. 옮긴 책으로는 『가부장제의 창조』(2004), 『페미니즘과 관료제』(공역, 2009)가 있으며, 여성과 일, 성별과 조직,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다.
신영희_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노동, 모성, 여성교육이 주 연구 분야이다.
임현희_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여성노동, 젠더와 미디어,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다.
• 차 례 •
제1장 가부장제의 폐허 속에서
여성 문제/새로운 남성우위론/페미니스트 해법과 가정적 해법/과학 그리고 가정중심성의 승리
전문가의 등장
제2장 마녀, 치료사, 신사 의사
마녀사냥/미국으로 건너온 치료권 투쟁/상품이 된 치료/대중건강운동/경쟁에 참가한 여성 의사들
제3장 과학 그리고 전문가의 부상
의료의 도덕적 구원/실험실의 신비/의료와 큰돈/산파 쫓아내기
전문가의 지배
제4장 병의 성 정치학
불가사의한 유행병/결혼: 성적·경제적 관계/질병으로서의 여성성/남자는 진화하고 여자는 퇴화한다/난소의 독재/자궁 대 뇌/안정요법/환자 역할 뒤집기: 히스테리
제5장 세균과 가사노동의 생성
가정의 공허함/가정의 낭만/가정과학자들이 집을 관리하다/세균박멸운동/새로운 과업의 생성/페미니즘, 가정과학을 받아들이다/빈민가에서의 “올바른 생활”/과학 없는 가정중심성
제6장 아동의 세기
아동의 발견/“아동 문제”와 여성 문제/어머니운동/전문가가 들어오다
제7장 병리적 모성
전문가가 아동과 동맹을 맺다/의사들이 관대함을 요구하다/리비도적 모성/나쁜 엄마들/
“엄마중심주의”와 남성성의 위기/의무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공산주의와 지나친 관대함의 위기
전문가의 추락
제8장 피학적 모성에서 성적 시장으로
세기 중반의 마조히즘/심리요법으로서의 부인과학/피학적 엄마의 반란/독신 여성의 부상/
독신 문화의 확산/대중심리학과 독신 생활양식
후기: 로맨스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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