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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교양

오렌지카운티에 산다는 건

by 푸른길북 2021. 3. 11.

 

 

 

 

오렌지카운티에 산다는 건

: 공간을 넘어 장소에 대한 사유

 

 

 

낸곳 ()푸른길

지은이 오인혜

정 가 20,000

ISBN 978-89-6291-896-0 03980

사 양 152*225, 252

초판 1쇄 발행일 2021년 3월 12

분 야 인문/교양, 여행/지리, 역사/문화

 

 

 

 

 

 

 

 

장소심리학의 눈으로 장소의 의미를 섬세하게 살피다
지리학자로서, 재미 교포로서, 엄마와 여성으로서 오렌지카운티에 산다는 것

 

영화 「미나리」가 상을 휩쓸며 연일 화제다.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낯선 땅에 뿌리내린 이민 가족의 생존기를 따뜻한 가족애로 풀어낸 영화이다. 지리학에서는 흔히 공간(space)과 장소(place)의 의미를 구분한다. 공간이 객관적이고 도표 위에 찍힌 점처럼 차가운 의미를 지닌다면, 장소는 주관적이며 개인의 특별한 추억과 감정이 새겨진 곳을 말한다. 이런 의미로 볼 때, 낯선 곳에서의 ‘뿌리내림’은 공간이 장소가 되어 가는 과정과도 닿아 있다. 『오렌지카운티에 산다는 건』은 지리학자로서 오랜 시간 장소감(Sense of Place)을 연구해 온 저자 오인혜가 낯선 공간이 장소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지리학의 개념과 미국 오렌지카운티로 떠난 개인의 이민 경험을 버무려 절묘하게 설명해 낸 책이다.

이민자들이 종종 자신을 교포 사회와 고국 모두에서 객(客)이 되어 버렸다는 의미에서 이중 이방인이라 표현하듯, 저자 역시 이민 생활이 마냥 꿈같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이 시간을 고스란히 통과한 끝에 장소 정체성(place identity), 토포필리아(장소애), 토포포비아(장소 공포감), 트로포필리아(유목애) 등의 지리학 개념은 더 선명해졌으며, 나아가 장소심리학 분야를 새로 개척하기까지 ‘장소’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울림 있는 통찰을 얻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녀가 삶으로 실감한, 장소와 관련한 지리학의 주요 개념을 오렌지카운티에서의 일화와 곁들여 소개하고, 재미 교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한다. 재미 교포 이민사부터 그들이 지닌 다중 정체성을 세대별로 세밀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어떻게 장소 정체성을 구성해 가는지를 섬세히 따라갔다.

 

 

“제3의 공간, 장소가 필요하다.”
격식과 서열이 없고, 소박하며, 수다가 있고, 출입의 자유와 음식이 있는 곳

 

심리학에서는 경험을 통해 형성된 감정과 태도, 생각과 신념이 그 사람의 행동을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이것을 지리학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을 둘러싼 생활공간과 자연환경이 하나의 자극으로서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장소감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곧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것이 저자가 중요시하는 장소심리학의 눈이다. 북한인권법과 탈북고아입양법 등의 대북 인권 활동이 비교적 재미 교포 2세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도 저자는 타자의 ‘공간’이 장소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장소’로 인식될 수 있음을 다시금 되짚었다.

장소감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고유하게 형성되지만, 한편으론 이미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사회적으로 제한되어 있기도 하다. 집 주변을 그려 보는 멘탈맵 실험에서 경제력과 학력이 높은 집단은 집에서 보다 먼 다양한 지역과 의미 있는 장소를 상세히 그려 냈지만 반대의 경우는 집을 중심으로 가까운 몇 곳만을 단순히 표시해 낼 수 있었다. 이렇듯 『오렌지카운티에 산다는 건』은 사회지리학적인 시선으로 장소를 둘러싼 깊이 있는 사유를 이어 나간다. 장소감이 개인의 정체성, 존재감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를 꾸준히 짚으며, 사람과 장소를 근원적으로 성찰하여 인간의 실존을 우리 일상에서 되돌아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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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이곳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봐 두렵다. 불법체류자의 인간적 실존을 보호하던 제도의 폐지를 둘러싸고 벌인 시위에서 시위대의 노란 팻말에 적힌 “Home Is Here(내 집은 바로 이곳)”를 보고 정치와 사법제도가 과연 장소에 대한 인간의 본질적 준거까지 박탈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_8쪽

 

 

그래, 이곳, 오렌지카운티!

 

그렇다면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어떤 장면과 공간들이 장소감을 형성해 갔을까? 저자는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시절 어서 이곳에 적응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듯한, 그러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엄포를 놓는 것만 같은 웅장한 바위산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친근한 모습으로 뒤바뀌었으며, 심지어는 잊을 만하면 몸과 마음을 흔드는 지진, 타들어 가는 듯한 오랜 가뭄, 오르내리는 기름값 등 모든 크고 작은 사건마저도 삶 속에 새겨져 오렌지카운티를 드러낸다고 한다.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렌지카운티의 곳곳은 머나먼 낯선 곳을 가리키기보다도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정서 덕분인지 도리어 동네의 반가운 장소들이 생각나게끔 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공간 중 무엇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왔고, 만들어 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을 마련한 셈이다.

 

 

◆ 추 천 평 ◆

 

이론과 현실, 학술과 수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강력한 울림을 주는 책
장소는 사람과 결합되고, 그 장소에 바탕을 두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맺어지며, 자연지리와 인문지리가 어우러져서 엄청난 생동감을 낳는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뒤엉킨 장소의 층위들이 켜켜이 쌓이며 기록되고 또 미래로 지속된다. 이 책은 지리적 실체이자 세상을 보는 하나의 관점이기도 한 장소라는 렌즈를 통해서 인간의 실존을 우리 일상에서 되돌아보게 하는 아주 훌륭한 저작이다. 장소심리학 분야를 개척하는 전문가의 시각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지리학의 중요한 개념이면서도 많은 쟁점을 형성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학술개념을 다양하고도 적절하게 사용하여 글의 깊이를 더했다. 어려운 개념을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전개되는 한 인생의 개인사이자 이민사, 엄마와 여성으로서의 인생사와 버무려 생생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보여 준 것이다. 이론과 현실, 학술과 수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조용하고도 섬세하지만 사람과 장소의 관계를 근원적으로 성찰하여 강력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_ 김용창(서울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저자 소개

 

오인혜

여행을 좋아하던 체육학과 지망생, 스무 살 재수생은 상명대학교 지리학과에 입학했고 이후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장소의 의미와 북한에 대한 사회지리학적 연구를 더 해 보고 싶은 마음에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9년 박사학위논문 준비를 위해 잠시 미국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재미교포를 소개받아 결혼의 인연을 맺었다. 이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못한 채 이민을 선택했고, 지금은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12년이 되어 가는 미국에서의 시간 속에서 장소감(Sense of Place)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로서, 재미교포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는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에서 「탈북자의 고향의식과 그 변화」로 지리학 석사학위, 「재미교포의 북한에 대한 장소감과 행동 양식: 장소심리학적 접근」으로 지리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박사학위논문으로 재외동포재단이 선정한 2013 학위논문상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과 UCLA 한국학연구소의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국토문제연구소 자체연구원이자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시의 Nova Academy 부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지리학회 평생회원, AAG(American Association of Geographers) 회원으로서 지리학 연구와 발표를 지속하고 있다.

 

 

차례

 

추천사
들어가는 말

제1장 공간과 장소, 장소와 사람
1. 마음에 새겨진 장소를 인화하다: 장소감
   큰 붓으로 칠해 놓은 듯한 붉은 하늘
   사회라는 매트릭스 안에 제한된 장소감
2. 뿌리 깊은 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장소 애착
   행복한 기억 만들기
   추억은 공간과 함께 밀려온다
3. 장소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장소 정체성
   장소에 대한 소소한 추억들

제2장 재미 교포의 사회지리학적 이해
1.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 들여다보기
   이민자와 신분 문제
2. 한인은 언제부터 미국에서 살게 되었을까?
   재미 교포 이민사
   이민자와 민족 정체성
   오렌지카운티의 다양한 민족 축제들
   민족 정체성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
3. 재미 교포 사회의 특성과 주거지 분화
   한인 정치 1번지
   자영업? 자영업!
   따뜻한 고향이 되는 한인 교회

 

제3장 재미 교포의 다중 정체성
1. 이주민으로서 나의 이야기
   외국인은 처음부터 외국인?
2.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선
   끊임없이 유입되고 생성되는 교포 1세, 1.5세, 2세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다: 이민 1세
   모자이크 속의 작은 모자이크
   교포 1.5세는 한인 이민 사회의 자산
   새로운 세대인 이민 2세와 3세
   소중한 한국어
   장소라는 그릇 안에서 이루어지는 삶
3. 토포필리아, 토포포비아, 트로포필리아
   재미 교포의 이주에 따른 정체성의 변화
   이민 초기 장소 심리적 시차 증후군
   이민, 후회하지는 않나요?
   나는 미국 사회를 정말 잘 알고 있는 걸까?
   터널을 지나 이민 생활의 안정과 적응, 성숙의 시간
   재미 교포의 이주에 따른 장소감의 변화
   인간은 자기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만을 세상에서 볼 수 있다

 

제4장 오렌지카운티의 장소 정체성
1. 오렌지카운티에서 해변이 갖는 의미
   바다라는 치유자
2. 공원과 힐스를 통한 공간의 향유
   풀러턴시와 플라센티아시
   어바인시와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시
3. 힐스라는 자연 경관과 인문 경관의 조화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수평선
4. 몰과 커뮤니티의 획일성, 그리고 변화와 성장 가능성
   마천루를 그리워하며 살아가기
   미국에서 만난 탈북민, 새로운 소망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몰
5. 트라이시티 코리아타운과 어바인
   아름다운 한인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곳

 

제5장 실존 공간으로서의 집
1. 치료하는 실존 공간으로서의 집
   실존이 드러나는 차가운 공간으로서의 집
2. 오렌지카운티에서의 삶의 공간 계층성
   집이라는 신기루 같은 공간과 자산
   게이트 단지, 권리와 배제의 시소 타기
   사회에서 배제된 그림자 같은 존재들의 공간
3. 미국 할머니들의 집에 대한 애착
   자신을 표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집
4. 삶과 죽음의 세레모니
   모든 결혼은 기적과 같은 일
   삶의 모험

 

나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