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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교양

문명 속의 물

by 푸른길북 2011. 1. 28.

 

 

 

21세기는‘물의 시대’

20세기‘석유의 시대’를 지나 찾아올 다음 시대에 대한 예지

 

 

인류 최대의 자원, ‘물’의 역사적 필연

21세기 인류 문명의 새로운 화두

1972년 당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황허 강의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수위가 급감하여 바다에 도달하기도 전에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1985년 이후부터는 매년 강이 빠르게 말라 가고 있으며, 갈수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날 어떤 일의 축소판에 불과하다. 지구상의 한정된 자원 문제는 오래 전부터 문제시될 것이라 예견되어 왔지만, 동네 슈퍼에 가서 손쉽게 물을 살 수 있고 목욕탕과 수영장 등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있는 현실 속의 사람들은 이 문제의 중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간이 그렇듯 물 역시 지구의 일부분이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떠한 종속관계도 성립되어 있지 않다. 이는 물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21세기에 들어 중국은 공업 발전에 필요한 대량의 전기를 목적으로 싼샤 댐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그 댐은 가져다 줄 이익 이상으로 무서운 현상을 야기시킬 것이다. 말하자면 인위적으로 물의 방향을 조절하면서 수질 오염 및 염분 농도 이상의 문제로 해양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인류 문명이 발전해 오는 동안 물의 이용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점점 도를 지나쳐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균형을 깨뜨리려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의 무지와 오만함이 불러올 문 문제는 우리들의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20세기에 석유로 일어났던 분쟁들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여러 국가가 붕괴되는 것을 우리는 봐 왔다. 그리고 20세기 후반, 수력 발전과 댐 건설을 둘러싸고 서서히 일어나던 지역 간의 물 분쟁이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국가 간 분쟁의 초점이 되려 하고 있다.

 

급변하는 물과 인간의 관계, 그것이 불러오는 위기

인류 문명의 역사에는 항상 물이 함께 해 왔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인류로 하여금 물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언제부터 물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으며 또한 인간이 지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 것일까?

이 책은 물이 인간의 생활 범위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 왔는가를 보여 준다. 그리고 물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영역과 그 가능성이 조금씩 확대되는 과정을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지역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물은 처음에는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위험한 존재였으나 인류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그 속성을 파악한 뒤 점차 물을 생활에 끌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노력이 농사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은 곧 문명의 생성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기본적인 욕구의 문제를 넘어 문화의 차원으로 발을 넓힌 물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인간은 줄곧 물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 과정과 노력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자면 이렇게 기나긴 발달 과정에 비해 오늘날 물과 인간의 관계는 급격히 일방적인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오만함이 불러온 현재의 물 부족, 그리고 그것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지구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책에서 설명된 지난 과거를 비추어 봤을 때, 이러한 물의 고난은 곧 인류의 고난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한 것이다.

 

다년간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고찰해온 노(老)학자의 나지막한 경고

이 책은 『조선 기행록』,『쌀과 문명』에 이어 전북대 쌀·삶·문명 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총서 중 하나이다. 『쌀과 문명』이 쌀농사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고찰했다면 이번 책 『문명 속의 물』은 물로 관통되는 역사를 돌이키며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다년간 지구와 인간의 관계를 고찰해 온 저자는 단순히 그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환경과 인류사에 관해 오랜 연구를 해 오며 느껴왔던 문제의식을 당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우리 역시 저자의 이 나지막한 경고를 그저 기본적인 교양 상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단순히 알고 있는 것으로는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은 문제 해결의 초석이다. 이 책은 인간의 이용 수단이 아닌 역사를 함께해 온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물을 만나게 해준다.

 

 

 

 

 

책 속에서

 

“이대로 가면 인류의 존속이 위협받는다. 인간의 생명은 물속에서 태어나, 물속에서 자라난다. 사람은 물에 의해 지탱되어야만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인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물이 인간을 배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일까? 문명이 물의 이용을 넘어서, 물을 혹사시키고 물을 함부로 하였기 때문이다”(4쪽)

 

“그리스 로마 때에는 명백히 새로운 물 문화가 탄생하였다. 돌, 대리석, 목재로 만들어진 욕조가 생겨났고, 욕조에는 냉수뿐만 아니라 가마에 의해 가열된 온수가 채워졌다. 또한 유라시아 초원 서부에서 유목생활을 영위하였던 스키타이인에게서 배운 증기욕도 도입되었다.” (209쪽)

 

“아마 그럴 것이다. 그것은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의 역할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에너지 문제가 석유 이외의 자원을 통해 해결될 전망이 생기게 되면 그때에는 석유가 제2차적인 문제로 내려갈 지도 모른다. 이것이 국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될 수 없는 것은 21세기에는 이것과 물 문제라고 하는 큰 문제가 겹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인간이 겪을 고난의 밑바탕에는 인류의 과잉인구가 존재한다. 이것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도달할 지점으로 인간의 심리와 정신을 절망적으로까지 험악하게 만들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325쪽)

 

차례

머리말

제1장 생명을 지탱하는 물

 

제2장 생명을 위한 물

1. 서아시아에서의 관개

2. 동아시아의 농법과 관개

 

제3장 천수농법의 전개

1. 지중해 주변의 농업과 삼림

2. 알프스 이북의 농업과 삼림

3. 몬순 지대의 농업

4. 일본의 벼농사

 

제4장 도시의 물

1. 오아시스 도시

2. 전근대 도시의 상수도

3. 전근대 도시의 하수도

4. 근대의 상수도

5. 현대의 상하수 처리

 

제5장 물에 의한 어메니티

1. 정원

2. 피부로 느끼는 물

3. 수향(水鄕)으로서의 도시

 

제6장 이용되는 물

1. 에너지로서의 물

2. 교통·운수·소방에서의 물

3. 저장되는 물 

제7장 현 단계의 물 문제

1. 공업용수

2. 중국의 물 위기

3. 물의 소유·점유를 둘러싼 문제

후기

세계 문명사 연표

색인

 

지은이 •유아사 다케오(湯淺赳男)

1930년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 이와쿠니(岩國) 시에서 출생했다. 1953년 도쿄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한 후, 약 9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MC과정을 수료했다. 니가타(新潟)대학 명예교수이자 현재 도키와(常盤)대학 커뮤니티 진흥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비교문명학, 환경경제학, 경제인류학, 커뮤니티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 기존의 학문 영역에 사로잡히지 않는 창조적인 연구·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세계 경제구조』(1976, 新評論, 이하 모두 新評論),『경제인류학 서설』(1984), 『문명의 역사인류학』(1985),『증보신판 세계사의 상상력』(1996), 『유대민족 경제사』(1991),『환경과 문명』(1993),『일본을 여는 역사학적 상상력』(1996),『증보신판 문명의 ‘혈액’』(1988·1998),『문명의 인구사』(1999),『일본 근대사의 총괄』(2000),『커뮤니티와 문명』(2000) 외 다수가 있으며, 역서는 K·A·비트포겔『오리엔탈·데스포티즘』(1991) 등이 있다.

 

옮긴이 • 임채성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 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대통령 자문정책 기획위원회 전문위원, 배재대 일본학과 조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 일본연구소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된 관심분야는 동아시아의 전시경제의 전개와 인프라스트럭처의 형성과 성장 등에 관한 연구이며, 최근에는 한중일 3국에 관한 노사관계, 노동위생, 임금구조에 주목하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논문은『전시 경제와 철도 운영:‘식민지’ 조선에서 ‘분단’ 한국까지의 역사적 경로를 살피다』(東京大學出版會, 2005), 「전시 화베이 교통의 인적 운용 전개」(『經營史學』42-1, 2007.6), 「전쟁의 충격과 일본 국철의 인적 운용」(『歷史と經濟』209, 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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