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외친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조폭 일을 하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던 송강호는 홀로 집에 남아 라면을 먹으며,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들의 영상편지를 보고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라고 웅얼댄다. 시름을 삼키듯 웅얼대는 이 한마디가 오늘날 아버지들의 상황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관객들의 호응을 샀다. 조폭 세계나 다를 바 없는 현대 사회에서 사방을 모두 적으로 두른 채 싸우면서 가족들을 건사해 왔지만 아버지(남자)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소외와 외로움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2009년 국내 통계청의 사망 통계 결과 또한 이러한 남자들의 위기를 암시한다. 통계에서는 남자의 자살률이 여자에 비해 2배가량 높았으며 알코올 관련 사망률도 남자가 여자보다 10배가량 높았다. 10~50세 사이 남자의 첫 번째 사망 원인이 자살이라는 것과, 사망률의 성비가 연령이 증가할수록 커져, 50대에는 2.9배로 정점을 찍는다는 사실을 나란히 놓고 보았을 때도 남자들이 어떤 상황에 몰려 있는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고 말았을까? 남자들은 왜 이렇게 불행해져 버린 걸까?
가족 문제 및 부모 역할에 대한 저명한 전문가이자 남성운동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티브 비덜프는 『남자, 다시 찾은 진실(원제; The New Manhood)』에서 이 문제의 이유로 ‘아버지의 부재’를 든다. 지나간 수천 년간의 인류 역사와 비교할 때 현대의 젊은이들이 현저하게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못한 채 자랐다는 것이다. 산업화와 세계대전 등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자란 남자들은 제대로 된 남자가 무엇인지 배우지 못한 채 대중매체나 또래에 퍼져 있는 얄팍한 이미지로 자신들의 자아를 채웠고, 그래서 깊은 내면이 필요한 일들, 친구와의 우정, 여자들과의 관계, 자녀들을 기르는 일 등 삶의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 외치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뭐가 잘못된 거지?”
남자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여자들을 위해
이유는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과연 이런 남자들의 문제를 고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티브 비덜프는 여기에 희망을 제시하였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었고, 또 지금의 남자들은 그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말이다. 그의 전작 『MANHOOD(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은 이렇게 남자들에게 희망을 보여 주며 1994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다양한 언어로 소개되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남자들의 삶이 전면적으로 변화하였다. 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여자들도 남편과 아들들에 관해 깊이 이해하며,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스티브 비덜프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전작으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21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남성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인식하고 이 새로운 위기에 처한 남자들을 위해 더욱 강렬하고 감동적인 메시지로 무장하여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사고 싶은 거 사.” 카드 던져 주는 남자가 멋진 남자?
세상에 필요한 진짜 멋진 남자가 되는 법
이 새로운 책에서는 아버지결핍증이라는 전작의 문제의식을 한층 더 강화하였으며, 한편으로는 공공연히 성의 이미지를 파는 대중매체들,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가리지도 않고 어떤 권위든 해체하고 조롱하는 문화적 풍토, 소비와 경쟁만을 부추기는 사회 등 남성들의 해방과 행복에 장해가 되는 새로운 요소들을 탐색했다. 특히 그는 이 책 곳곳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는 정책과 소비 위주의 문화를 지적한다. 경쟁 위주의 사회가 본능적으로 경쟁심을 타고난 남자들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달리게 만들었으며 결국 아버지를 가정에서 떼어놓고 남자를 공동체에서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남자는 멋진 자동차, 멋진 아파트를 가져야 하고 아내에게 한도 없는 플래티넘 카드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읊어대는 대중매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진정한 남성성을 지켜내고 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 , 선인들의 잠언, 옛이야기, 소비 위주의 문화와 대척점에 있는 호주 원주민들의 공동체의식 등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삶을 이루는 각 요소들, ‘사랑’, ‘섹스’, ‘결혼’, ‘자녀 양육’, ‘우정’, ‘영성’, ‘참된 일 찾기’ 등을 제대로 해 내서 진정한 남자로서의 행복을 되찾는 방법을 정직하면서도 희망적인 태도로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는 좌절하고 불행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남자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국 삶을 변화시키고 자유로워진 남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개중에는 흔히 ‘성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한 남자들, 때로는 실패자라거나 괴짜라고 생각되는 남자들마저 나온다. 이를 통해 스티브 비덜프는 어떤 남자든지 진짜 남자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일깨우며 독자들의 심장을 감동으로 적신다.
우리의 삶은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는 고통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죽을 것이다. 현대의 소비 사회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강조하던 메시지와는 정반대인, 스티브 비덜프의 이 메시지들에 남자들을 족쇄에서 해방시킬 열쇠가 들어 있다.
이런 남자들이 있다.
아침마다 에너지가 넘치고 행복에 젖어 눈을 뜨고
배우자나 자녀들의 사랑과 신뢰를 듬뿍 받으며
한결같고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더 넓은 세상에 깊이 연루되어 있는 그런 남자들.
그들은 유명하거나 부유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다.
그들은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 삶을 어떻게 사는지를 아는 사람들이다.
-p.5에서
세상은 남자들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세상은 남성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자각하고 활력을 되찾아서 지구를 달구는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해서나, 아니면 직장에서 돌아와 뒷마당에서 아빠와 행복하게 놀기를 바라는 자녀들의 필요에 대해서나 모든 일에 당당하게 대처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p.21에서
차례
한국의 독자들에게 지금은 남자들이 변화해야 할 때… 6|
머리말 희망과 변화의 메시지 16|
chapter 1 무엇이 문제인가?
균열이 생기다 30|무엇이 필요한가 : 인류의 절반인 남성들의 변화 32|
남자들은 어쩌다 길을 잃어버렸는가 35|울기 시작할 때 40|
고립으로부터의 탈출 47|
chapter 2 당신과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경우는 어떤가 56|벗어났다 돌아오기 58|치유할 필요가 있는 상처 61|
존경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65|아버지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67|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69|
모든 아들들이 갈망하는 인정 71|아버지와 문제를 해결하기 75|
당신 자신과 화해하기 82|
chapter 3 남자와 여자
헌신하기로 마음먹을 때 90|양육과 배려의 자질 92|사랑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94|
홀로서기와 또 함께 서기 97|두 가지 치명적인 신화 100|전사 107|
차이를 사랑하기 117|가치란 무엇인가 119|배우자의 세계 125|
chapter 4 참된 성생활
섹스는 사랑의 일종이다 130|사랑과 섹스의 분리 132|변화의 소용돌이 134|
정크 섹스와 참된 섹스 137|욕구의 차이 139|세 단계의 사랑 141|오래된 포도주 143|
올바른 섹스 144|‘전인 섹스’재발견하기 148|
대부분의 남자들은 오르가슴을 느끼는가 149|자기애 153|남자의 성적 전락 155|
성적 에너지를 제대로 통제하기 163|
chapter 5 소년에서 남자로
“여행”175|“바위와 물”179|“니토르”180|
chapter 6 남성성에 대한 다섯 가지 진실
우리 스스로를 입문시키기 195|특별한 사람들 198|소년과 남자의 생각의 차이 200|
다섯 가지 각성, 다섯 가지 진실 202|
chapter 7 진정한 아버지가 되는 법
아버지란 어떤 사람인가 226|아버지가 없다면 229|구시대의 아버지 상을 버리기 231|
분위기 만들기 236|기분 좋은 가정 239|직장의 위험성 240|
당신을 위한 동년배 그룹 243|아버지와 딸들 250|아버지와 아들들 253|훈육 256|
소년들의 성장 단계를 이해하기 259|당신을 위한 멘토 260|편모가 할 수 있는 일 262|
당신이 이혼한 상태라면 264|
chapter 8 의미
당신의 삶은 한 편의 이야기 272|플롯 찾기 273|‘의미’란 무엇인가 275|
삶의 주기 281|큰 그림 283|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기 286|
chapter 9 진정한 남자 친구들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294|동성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297|
경쟁 303|소통의 단계 309|감정은 어떻게 작용할까 311|재미와 우정 315|
chapter 10 마음이 원하는 직업 찾기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기 329|변화된 풍경 334|
문제는 일 자체가 아니다 339|당신이 하는 일의 가치 매기기 341|
잘못된 일을 바로잡기 348|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350|
chapter 11 아래로 가는 여행
기사의 고된 하루 359|재를 뒤집어 쓸 때 364|
여행 지도 372|건강한 남자에게 은퇴란 없다 378|
chapter 12 영혼
부드러운 해독제 387|신성한 세계 388|큰 두뇌, 큰 비전 390|
영혼이 일하는 방식 392|신에 대한 개념 395|
맺음말 브렌다를 위해 400|
감사의 글 그리고 당신에게도… 402|
학교 프로그램 404|
해설 405|
지은이_ 스티브 비덜프(Steve Biddulph)
가족 문제 및 부모 역할에 관한 저명한 전문가이자 작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30년 동안 가족 문제를 다루어 온 심리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부모 역할에 관한 책을 쓰는 작가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 걸쳐 그의 강연에 참석한 사람만도 13만 명에 이르며, 『아들 키우는 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우리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결혼했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와 같은 그의 저서는 세계 수십여 나라에 걸쳐서 400만 권이나 팔려나갔다. 그가 쓴 책들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힘이 있으며, 재미있으면서도 실제적이다. 또한 현대 생활의 광기와 그런 삶이 가져다주는 공동체의 상실과 외로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비판적인 자세를 취한다.
현재 그는 남자들의 감정적인 세계를 이해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과 용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으며, 아내 샤론 비덜프와 함께 자연경관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태즈메이니아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_ 박미낭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영문학과 대학원과 미국 일리노이 주 파클랜드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8년 정도 미국에 체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와 기업체 영어 강사, 외국인 대상 한국어 강사 등으로 일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외국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말로 옮기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녀 무릎』, 『기도 입히는 엄마』, 『아저씨 소년 그리고 여우』, 『콜리의 헛간』,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나를 망가뜨리는 내 안의 말썽쟁이 길들이기』 등의 단행본과『또박또박 시리즈』, 『브레인 뱅크』등의 공동 번역물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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