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실용

41인의 여성지리학자, 세계의 틈새를 보다

by 푸른길북 2011. 8. 19.

 

 

풋풋한 대학원생부터 은퇴한 원로 학자까지, 여성지리학자가 뭉쳤다!

지리 선생님이 숨겨 둔 비장의 여행지 목록이 지금 바로 공개됩니다

 

남들이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분석을 한다

 

지리란 과목은 사실 인기 있는 과목이 아니다. 지리 하면 아직도 학창 시절의 부담감이 떠올라 지레 겁먹고 물러나는 사람이 태반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말고 인문 과목을 담당하는 어느 학자 한 사람과 꼭 한번 해외 여행을 가야 한다면 누가 가장 인기가 있을까? 단언컨대 가장 많은 표를 얻을 사람은 지리학자다. 감상 이전에 그들의 관심사는 지형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기에, 남들이 풍경에 감탄하고 있을 때 그들은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로키 산맥의 루이스 호수가 에메랄드 빛을 띠는 까닭은 빙하에 의해 미세하게 깎인 진흙이 바닥에 가라앉으면서 햇빛에 반짝이기 때문이고, 마추픽추가 까마득한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이유가 먼 옛날 있었던 지각의 융기 탓이라는 것을 알면 우리가 수수께끼라고 생각했던 풍광들의 실체가 뻥뻥 뚫리는 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방학만 되었다 하면 좀 잘 싸돌아댕기는 편”이라는 저자들, 빡빡한 강의 일정에도 불구하고 방학 때마다 여행 짐부터 꾸리는 것은 아마 이런 재미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여성지리학자회 주관 하에 기획된 이 책의 참여자는 모두 41명, 학회의 요청에 지리학자들은 아껴 두었던 ‘비장의 여행지 목록’을 통 크게 공개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공부하는 것밖에 모르시는 분들이 쓰는 여행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그러나 참가자를 면면이 살펴보면 풋풋한 대학원생부터 은퇴한 원로 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포함된 의외의 드림팀임을 알 수 있다. 여성지리학자들의 꼭꼭 감추어 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는 이렇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여자라서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여행의 쾌감

 

여성은 남성보다 해외 여행시 제약이 많은 편이다. 우선은 ‘여자 혼자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곱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 탓도 있겠지만, 세계 어디를 가든 여성은 약자라는 지위를 감내해야 한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에서 여행을 하게 되면 관광객으로서 받아야 하는 대접은 최악에 가깝다. 하지만 책 속에서 보이는 그녀들의 행보는 당당하기만 하다.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매니토바 호수에서 이글루를 만들어 밤을 새우고 온 당찬 대학원생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옥색 바다와 아름다운 해양 호텔을 마다하고 홀로 매연과 싸우며 필리핀의 온갖 교통 수단을 꿰고 온 괴짜 교수님도 있다. 때로는 파나마의 한 거리에서 맞닥뜨린 어린 갱을 국제학생증 하나로 보기 좋게 속여 넘기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강단에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선생님들의 ‘끼’를 보면 독자보다 학생들이 먼저 기절초풍할지도 모른다.

 

틈새여행이 뭐냐구요?

 

책을 펴들자마자 독자들은 저자들의 수다에 휩쓸리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될 것이다. 워낙 여러 사람이 기획에 참가하다 보니 여행지 목록에는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의 이야기가 담기게 되었다. 하지만 좀 더 관찰력이 좋은 독자라면 저자들이 강조하는 ‘틈새여행’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갈 것이다. 사실 틈새여행이란 용어부터가 좀 생소하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라고 찾아갔다가 사람에 치이고 바가지에 학을 떼며 밍숭맹숭한 기분만 안고 귀국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여행법은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들이 강조하는 틈새여행이란 장소가 가진 유명세가 아니라 장소가 가진 특수성에 주목하는 것! 관광지의 유명세를 잠시 걷어 내고 나면 의외로 색다른 것들이 눈에 보인다. 무수한 여행서를 통해 거의 분석(?)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도쿄, 그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는 빌딩이 아니라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도쿄라는 공간이 한층 신선하게 보일 것이다. 화려함의 대명사 맨하탄 한복판에 세워진 하이라인 파크라는 세련된 공원의 정체가 실은 낡은 철로라는 것,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천국의 섬 뉴칼레도니아의 주력 산업이 관광이 아니라 니켈 산업이라는 사실들은 그야말로 유명세 속에 숨은 세상의 틈새다. 바야흐로 해외 여행의 붐을 맞아 ‘떠나자!’를 외치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여성지리학자들이 제시하는 ‘틈새여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가 궁금해진다.

 

저자 한국여성지리학자회

 

한국여성지리학자회는 1992년 여성지리학자들간의 학문적 정보 교환을 목적으로 창립된 모임이다. 2011년 현재 15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회원 간의 학문 활동 격려, 학문적 정보 교환, 후진 양성 등을 위하여 해마다 2회의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차례

 

머리말

1 동아시아의 틈새를 보다

Travel 1 일본, 잘 알 듯 하면서도 모를 나라

도쿄의 금싸라기 땅에는 빌딩이 아니라 공원이 있다

가나자와에는 에도 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홋카이도를 가면 아마추어도 프로 못잖은 사진 작가가 된다

사라져 가는 홋카이도 원주민의 삶

Travel 2 몽골, 현대적 변화를 꿈꾸는 유목민들이 사는 나라

고비 사막, 야채 없는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 곳

홉스골 호수, 캐시미어 장갑의 온기가 있는 곳

몽골이 변화하고 있다

Travel 3 중국이 가진 잠재력은 어디까지일까

베이징의 우스이 거리, 황사 바람 부는 왕후징 거리 옆 한적한 산책로

상하이와 선전은 중국의 미래를 품은 경제 개방 지역이다

홍콩, 아찔한 스카이라인을 뽐내다

만주, 한민족의 뿌리가 살아 숨쉰다

다롄과 뤼순, 그토록 바라던 독립이 왔는데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쓰촨, 참사 현장 그대로 박물관을 세우는 곳

티베트, 모든 생활은 티베트 불교로 통한다

Travel 4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낸 세상, 타이완의 예류(野柳)지질공원

Travel 5 러시아 동부의 지신허 마을을 아십니까

2 인도,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의 틈새를 보다

Travel 6 인도, 찬란한 유적 속에 아픈 역사를 감추다

암리차르, 평온한 모습의 이면에 감추어진 아픈 역사가 있는 곳

다르질링,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의 별장이 호텔로 쓰이는 곳

Travel 7 동남아시아, 물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들

톤레사프 호수, 프라혹 냄새가 물씬 나는 캄보디아 인의 삶터

호이안, 베트남의 고대 도시

필리핀에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탈거리가 있다

Travel 8 오세아니아, 신의 축복을 받은 자연 환경

푸른 안개의 산, 블루 마운틴

크라이스트처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잘 관리된 하천 수계와 습지

뉴칼레도니아,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의 주력 산업은 니켈

3 아프리카, 서남아시아의 틈새를 보다

Travel 9 아프리카, 복잡한 문화가 어지럽게 얽혀 있는 곳

오랑, 아랍과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를 한꺼번에 품다

튀니지, 지중해 영향권과 사하라 사막권의 경계

Travel 10 서남아시아, 동양과 서양의 격전의 흔적이 생생하다

이스탄불, 중세와 근세를 지배했던 동서 문명의 교차로

이즈미르, 역사의 선물 에페스와 전설이 복원시킨 트로이

파묵칼레, 온천수가 만든 고대 도시

카파도키아, 신에 대한 끈질긴 믿음의 흔적

이란의 시라즈, 여성에게 하여간 불편했던 곳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여성 차별의 이슬람 종주국

4 유럽의 틈새를 보다

Travel 11 영국이 논어의 ‘온고이지신’을 말하다

런던, 현대 미술의 중심지가 되다

브라이턴, 언제 가든 볼거리가 넘치는 곳

윈저, 장난감 속 레고가 현실로 튀어나오다

리버풀, 버려진 항만을 문화 단지로 재탄생시키는 저력

뉴캐슬, 낡은 거리에서 가능성을 찾다

게이츠헤드 외곽의 메트로 쇼핑 센터에서 미국식 쇼핑 패턴이 등장하다

하일랜드, 괴물 네시 전설의 바로 그 곳

엑서터에서 ‘험한 세상 위의 다리’를 그리다

Travel 12 유럽의 저력은 도시 문화에서 나온다

핀란드 헬싱키의 짧은 하루, 헬싱키에서 만난 사람들

노르웨이 몰데, 태양빛이 귀하고도 귀한 노르웨이의 숲

체코의 프라하, 시간과 자유와 사랑이 현존하는 도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아픈 기억 너머로 살아있는 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곳

스위스의 루체른, 가장 스위스적인 역사 도시

룩셈부르크, 작지만 강한 성채 도시

루마니아의 브라쇼브, 드라큘라 백작의 무대가 된 브란 성을 가다

프랑스의 안시, 꼭 한번 권하고 싶은 프랑스 속의 베니스

독일의 밤베르크, 마인-도나우 운하의 출발지

스페인 세비야의 가로수는 오렌지 나무

독일의 뷔르츠부르크, 화이트 와인의 집산지를 가다

5 아메리카의 틈새를 보다

Travel 13 캐나다, 한번쯤 일상을 떠나서 가보고 싶은 천해의 자연 명소

재스퍼와 밴프, 빙하가 만들어낸 거대한 국립 공원

핼리팩스 시가 매년 보스턴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내는 까닭은?

매니토바에서 이글루를 만들다

Travel 14 앵글로 아메리카, 넓은 땅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곳

맨하탄에는 명품 고물 하이라인이 있다

탤러해시, 타잔과 매너티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여름보다 더 추운 겨울은 없다

북미와 중미의 환승역, 샌디에이고 샌이시드로 역

Travel 15 라틴 아메리카, 사라진 문명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멕시코에서 타코를 먹는다는 것은

멕시코시티에는 리베라와 칼로의 예술이 있다

오악사카, 초콜릿 고추 소스의 알싸한 맛이 인상적인 역사 도시

치첸이트사로 간 파바로티, 마이크 없이 노래하다

파나마, 맥주의 천국

페루의 쿠스코, 마추픽추는 어디를 가나 수수께끼 투성이

맺음말

저자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