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읽는 베를린
나치와 분단의 기억
펴낸곳 (주)푸른길
글/사진 이재인
정가 20,000원
사양 152*225, 무선, 352쪽
ISBN 978-89-6291-434-4 03920
초판 1쇄 발행일 2017년 12월 27일
분야 역사, 지리 / 유럽
독일의 과거 청산과 극복 노력에 대한 현장 탐구
저자에 의하면 “이 책은 독일의 나치와 분단에 대한 문화적 기억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그 역사적 배경을 기술한 것이다. 주로 기억을 위한 조형물 등의 매체를 통해서 전승되는 문화적 기억을 사진이라는 다른 문화적 기억 매체로 복제한 셈이다”.
베를린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저자는 다시 찾은 베를린에 한동안 머물면서 카메라를 들고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그때의 걸음과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었던 자리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400여 장의 사진이 들어 있지만 사진집도 아닌 것이, 구체적인 시기와 역사들을 빼곡하게 적어 놓았지만 역사책도 아니고, 저자의 생각이나 느낌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으므로 수필도 아니면서 많은 곳을 방문했지만 여기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는 들려주지 않으니 여행기도 아니다.
그저 나치와 분단의 기억에 관해 집요할 정도로 기록해 놓은 이 책은 사진과 실제로 일어난 사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느꼈는지를 들여다보게 하는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이 책의 장점 중에 장점이다. 미안함 그리고 반성, 다짐을 위해 남겨 두고, 만들어 놓은 독일 베를린의 한 장소에 데려다줄 뿐이다. 그가 데려다준 42곳의 장소에서 무거운 미안함이 들든지, 감동을 느끼든지 하는 것은 백 퍼센트 독자의 몫이다.
조금 무심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해일 뿐이다. 42곳의 장소마다 조금 더 주목해야 할 것들은 차례에 핵심어로 뽑아 두고, 경우에 따라 보충이 필요한 주제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따로 할애하여 설명하고 차례에는 이를 굵은 글씨로 표시해 두었다.
독일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던 안할트 역이 가슴에 노란 별을 단 유대인을 강제로 이송하는 역으로 이용되어 9,600여 명의 유대인이 끌려갔었다는 사실(14쪽),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새겨 넣은 경고물(31쪽)과 경고의 장소(116쪽), 희생자들의 기록물(147쪽), 삶으로 가는 열차와 죽음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서로 다른 길로 떠난 어린이들의 조형물(176-184쪽) 앞에서 저절로 눈물이 흐르게 만드는 이 책에는 저자의 어떤 주장도 권유도 없다. 꾸밈이 없는 사실들의 덤덤한 나열, 조형물과 기록물 앞의 안내판을 가감 없이 번역해 놓은 배려가 피곤한 정보들로 가득 찬 요즘의 읽을거리들과는 차별화된다. 나치와 분단에 관해서는 이미 일상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많은 잔상이 있다. 이제 독자들이 그것들과는 다른 기억을 새롭게 남겨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사진으로 읽는 베를린』이다.
독일은 나치와 분단의 흔적들을 유적지로 조성하여 보존하고 전시하며 비판적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두운 과거사를 은폐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백일하에 드러내어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그 청산과 극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물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도시는 단연 베를린이다.
이 책은 베를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나치 시대와 분단 시대의 유적들 또는 그러한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한 기억 조형물과 시설들을 일일이 찾아서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 역사적 배경을 기술한 것이다. 베를린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과거사 청산과 극복의 사례가 그저 먼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프롤로그」에서
글/사진
이재인
전남대학교 인문대 독문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에서 독문학, 독어학, 교육학을 공부했으며 베를린 공대 인문학부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독일어 교육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러닝 패러다임의 변화와 스마트 러닝」, 「선험비판적 교육학과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 「문화적 기억 매체로서의 사진 - 브레히트의 『전쟁교본』과 노순택의 『망각기계』를 중심으로」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DaF-Unterricht im Internet』(2008)과 『Net 기초 독일어』(2014)가 있고 번역서로는 『보이첵』(2015)이 있다. 현재 전남대학교와 목포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차례
프롤로그
I. 나치의 기억
1. 안할트 역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 올림픽 경기장
2. 추모지 플뢰첸제
붉은 오케스트라, 크라이자우 서클, 기록과 추모
3. 푸틀리츠브뤼케
모아빗 역, 푸틀리츠슈트라세 역, 베스트하펜 역, 크비초슈트라세
4. 레베초슈트라세
시너고그, 유대인 상점 불매운동, 수정의 밤
5. 독일 저항 기념관
슈타우펜베르크, 벤들러블록, 발퀴레 작전, 명예의 묘, 백장미
6. 반제 회의의 집
아이히만, 괴링, 하이드리히,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 뎀니히, 참혹한 곳들
7. 걸림돌
힘러, 뎀니히, 크노블로흐, 기억의 돌, 알렉산더플라츠
8. 제국의회/연방의회
바이마르 공화국, 반구 형태의 구조물, 제국의회 화재
9. 나치의 분서
블랙리스트, 하이데거, 훔볼트 대학교, 베벨광장, 하이네
10. 거울벽
헤르만 엘러스, 고백교회, 로버트 켐프너, 뉘른베르크 재판
11. 로젠슈트라세
공장작전, 여인들의 블록, 뉘른베르크 인종법
12. 그루네발트 역
리츠만슈타트, 17번 선로, 독일제국철도
13. 쿠어퓌어스텐슈트라세
아이히만, 호텔 쥘터 호프, 프로이트, 국제정신분석학회, 그라디바
14. 유대인 박물관
리베스킨트, 망명의 정원, 홀로코스트 타워, 추모의 빈자리, 낙엽
15.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조형물
아이젠먼, 헬무트 콜, 침묵 앞에서, 지하 정보센터, 티어가르텐
16. 강제노동 자료센터
독일경제재단협의회, 쇠네바이데, 강제노동의 일상
17. 오토 바이트 맹인공장
로젠탈러 슈트라세, 복권 재단, 잉에 도이취크론
18. 조용한 영웅들
하인리히와 마리, 쉰들러 부부, 의인
19. 동성애 희생자 추모 조형물
놀렌도르프플라츠, 클라우스 만과 토마스 만, 동성결혼 합법화
20. 삶으로 가는 열차 - 죽음으로 가는 열차
프리드리히슈트라세, 니콜라스 윈턴, 앨프 덥스
21. 그로세 함부르거 슈트라세
유대인 양로원, 파시즘의 유대인 희생자들
22. 테러의 지형
프린츠-알브레히트-슈트라세, 국가보안본부, 프로파간다와 테러
23. 집시 희생자 추모 조형물
치고이너, 신티와 로마, 시 <아우슈비츠>
24. 마르찬 집시 수용소
오토 로젠베르크, 마르찬 공원묘지
25. 장애인 희생자 추모 조형물
우생학, 안락사, T4 작전, 베를린 필하모니, 독일정신의학회
II. 분단의 기억
26. 브란덴부르크 문
바이츠제커, 레이건, 오바마, 3월 18일의 광장, 침묵의 공간, 승전탑
27.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는 조각 공원
크롤 오페라 극장, 제2차 세계대전, 파괴된 다양성
28. 나무들의 의회
벤 바긴, 마리 엘리자베트 뤼더스
29. 황제 빌헬름 기념교회
빌헬름 1세, 충치, 스탈린그라드의 마돈나, 코벤트리 성당과 못십자가
30. 슈타지 박물관
국가안전부, 도청 장치, 슈타지 장관 밀케, 오네조르크
31. 슈타지 감옥
호엔쇤하우젠, 메르켈, 시대의 증인들, 두취케
32.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브레즈네프와 호네커, 사회주의 형제키스, 악셀 슈프링어
33. 문화양조장 박물관
슐트하이스, 베를리너 킨들, 하우스북, 카메라 프락티카, 브레히트
34. 긴급수용소 마리엔펠데
분단된 독일 내에서의 탈출, 난민 또는 망명신청자들 임시 거처
35. 민중봉기광장
6월 17일의 거리, 납골묘지 제슈트라세, 헤니히스도르프, 뮈겔제
36. 베를린 장벽 추모지
베르나우어 슈트라세, 터널 57, 추모의 창, 하얀 십자가
37. 화해의 예배당
화해의 교회, 바스콘셀로스의 작품 <화해>
38. 연합국 박물관
클레이알레, 체크포인트 찰리, 스파이 터널, 장벽이 무너진 날
39. 체크포인트 찰리
클레이 장군, 로스트로포비치, 장벽 박물관
40. 동독 박물관
켄첼만, 나체문화
41. 눈물의 궁전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 독일 분단의 일상, 트라비
42. 뵈제브뤼케
보른홀머 슈트라세, 빌헬름 뵈제, 1989년 11월 9일의 광장
에필로그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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