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꽃피다
펴낸곳┃(주)푸른길
지은이┃정정례
정 가┃13,000원
ISBN┃978-89-6291-938-7 03810
사 양┃152*220, 136쪽
초판 1쇄 발행일┃2021년 11월 15일
분 야┃문학>시>시화집
제3의 세계에 언어의 집을 짓는 색채의 마술사
화가이자 시인 정정례의 두 번째 시화집
그림 그리는 시인 정정례의 시화집 『시래기 꽃피다』가 출간되었다. 시집으로서는 여섯 번째, 시화집으로서는 두 번째로 내는 책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3의 세계에 언어의 집을 지어 낸다.”는 호평을 받으며 시단에 오른 저자는, 시와 함께 동양화를 선보인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시와 유화를 함께 선보인다. 3부에 골고루 배치된 54편의 시와 22점의 그림은 서로 다른 장르지만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작품 세계가 잘 어우러져 감상하는 사람들이 쉽게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독자들에게 화중유시 시중유화(畵中有詩 詩中有畵), 즉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는 인상을 준다.
촘촘하게, 하지만 간명하게 그려 낸 일상의 비범함
정정례 시인의 시는 촘촘하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과 같다. 세상은 일견(一見) 복잡한 것 같지만 조금만 잘 들여다보면 아주 단순하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너와 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상 시라는 문장도 너와 나의 대화, 소통 관계이다. 그런데 정정례 시인의 시들은 더욱 이런 점에서 매우 친숙해 있고 깊이 들어가 있다.
_나태주 시인(한국시인협회 회장)
정정례 시인의 시는 잘 쓰인 시가 그러하듯이 평범한 일상에서 포착한 비범한 순간이 그려져 있다. 그 순간은, 저자를 소개하는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간명하지만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이 탄생하는 이유는 저자의 남다른 관찰력에 섬세하고 참신한 표현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전위적이거나 기괴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이나 일상의 이미지를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정정례 시인의 특징이다. 산수유 꽃망울(「꽃망울, 시간을 재다」)이나 양귀비(「환희」) 등과 같이 자연뿐만 아니라 혼자 술을 마시는 남자(「유랑극단」), 마루에 앉아 신문을 보는 순간(「하루를 펴고 접다」), 고무줄놀이하는 아이들(「골목의 악보」) 등 일상 모두가 정정례 시인에겐 소재이다.
「봄볕에 튀다」에서는 선암사의 모습이 나온다. 향초를 피우며 소원을 비는 인간, 그 모습을 지켜보며 “지긋이 풀어지는 연기를 거둬” 가는 부처, 그 와중에 화자는 “헝클어진 머리 손빗질하는 괜한 짓”이나 하지만 홍매화 덕분에 마냥 괜한 짓이 되지 않는다. “미열에 톡톡 튀는” 홍매화, 따뜻한 햇살에 올망졸망 생기 있게 피어난 이 꽃을 보고 화자는 “생긴 대로 기념이 되는 그 미열엔 곧/열이 내리겠다” 생각한다. 매년 같은 시기에 피는 꽃, 매일 소원을 빌기 위해 절대적인 존재를 찾는 사람들은 한 감각적인 시인의 표현으로 인해 특별해졌다.
「시래기 꽃피다」는 시래깃국을 끓이고 먹었을 때의 느낌을 묘사하고 있다. “흰서리 풀풀 뚜껑을 들썩”이며 “누렇게 뜬 햇볕을 삶”으면 “담벼락 맛”이 나는 시래깃국이 완성된다. 화자는 이 시래깃국을 한 숟갈 먹으면 “당신의 온몸을 돌며/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일들을 참견하고 싶은/똑딱 일 초에 한 바퀴씩/당신 몸을 돌고 돌아오는 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그저 한 끼에 불과했을 시래깃국을 “몸속에 꽃길이 생기는 한 그릇”이라고 표현함으로써 평범한 일상을 비범한 순간으로 바꿔 놓았다.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순간을 놓치며 산다. 정정례 시인이 포착하는 순간은 우리가 잊고 있던 서정성을 되찾게 해 줘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다.
저자 소개
삼정 정정례(鄭貞禮)
1950년생. 전남 영암 출신으로 시인이자 화가이다.
2010년 시 「냉전」을 발표하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3의 세계에 언어의 집을 지어 낸다.”는 호평을 받으며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을 받아 시단에 올랐다. 시집으로는 『시간이 머무른 곳』, 『숲』, 『덤불 설계도』, 『한 그릇의 구름』, 『달은 온몸이 귀다』, 『시래기 꽃피다』가 있다.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천강문학상, 한올문학상, 호미문학상을 받았고 현재 사임당문학 시문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삼정문학관을 운영 중이다.
화가로서는 2015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유화 비구상 「흔적으로부터의 드로잉」으로 우수상을 받는 등 그림으로 수차례 대중에게 다가가 색채의 마술사라는 한국화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인이자 화가인 정정례 작가의 작품에는 畵中有詩 詩中有畵, 즉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
*이메일: cjl1236@hanmail.net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봄볕에 튀다 | 목련 폐업 | 유랑극단 | 꽃망울, 시간을 재다 | 하루를 펴고 접다 | 동백꽃 내시경 | 느린 시간과 빠른 시간 | 골목의 악보 | 환희 | 꼬리의 말 | 넝쿨장미 | 숙련 | 붉은 기린 | 한 줌 | 화성 몰려가는 것들 | 온종일 서성이는
제2부
우중 건축 | 엉겅퀴 | 달이 귀를 여는 밤 | 475, 368 | 야크배낭 | 분양, 분향 | 시래기 꽃피다 | 첨단 | 겹, 이라는 말 | 부엉이 울음이 들려오는 밤 | 그 한여름 | 지우개를 묘사하다 | 그 옛날 우리 집에는 | 수박 | 문학전집 진열장 앞에서 | 후미 | 부화의 확률 | 반달 매표소
제3부
언젠가 압정 한 통을 쏟은 적 있다 | 싱거운 햇살 무정차로 지나간다 | 모래 위 난파선 | 바닥의 힘 | 우물 | 단수 | 잠수 중 | 꽃의 화구 | 심장은 나비 | 후후 숨을 불어넣고 | 현악기 | 날개 | 유곽 | 모습 | 너럭바위 | 포도밭 풍경 | 기일 | 길 | 낙타 | 종묘, 까마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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