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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실용

버마와 미얀마 사이 [무등일보]

by 푸른길북 2008. 5. 27.

 

 

 

두 얼굴을 가진 미얀마(버마)


2008년 05월 16일 00시 00분 입력


버마와 미얀마 사이

세가와 마사히토 지음ㅣ푸른길ㅣ1만6천원

최근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인 싸이클론의 급습으로 사상 유례 없는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의 불교국가인 '버마'(지금의 미얀마)는 우리에게는 필리핀이나 태국,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버마로 더 친숙한 나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해와 인식의 폭은 오랜 군사독재로 신음하는 아시아의 빈국, 80년대 '아웅산 테러'로 현지를 방문했던 정부각료들의 죽음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버마와 대한 관련 서적과 자료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최근 나온 '버마와 미얀마 사이'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문제적 현실을 다뤄 이 나라에 대한 지적·감성적 욕구를 동시에 채워줄 수 있는 여행기다.

매혹적인 풍광들 이면엔 군사정부 탄압

책을 쓴 세가와 마사히토는 아시아 문화, 소수 집단, 교육 문제 등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와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일본의 지식인이자 영상 저널리스트 중 한사람으로 일본 대학생들에게 '버마'에 관해 들려주었을 때 '버마=미얀마'라는 나라의 존재조차 모르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 놀라 책을 집필했다.

저자에 따르면 버마는 여행자를 유혹하는 아시아 최후의 비경과 아직 자본주의에 점령당하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마사히토는 '불교국'이라는 이면에 간직된 버마의 한데 묶을 수 없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생활, 민속, 국경이나 벽지에서 살아가는 현지 소수민족들의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135개 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다민족국가 '버마'를 일본인 여행자의 눈을 통해 보는 '다른 나라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신선한 경험'은 버마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늠자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저자는 버마를 여행할 경우 외국인은 지정된 코스를 벗어난 여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도 위에 점을 찍거나 선을 긋고 그 위로만 이동하는 점과 선의 여행을 해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같은 점에 착안, 최대 도시 랑군에서 출발해 점점 일반인이나 외국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는 변방의 소수민족 지역으로 점과 선을 이동하며 화두를 하나하나 꺼낸다.

최대도시 랑군 출발 변방지역까지 여행기록

책에서는 황금사원이 있는 재활용도시인 실질상의 수도 랑군에서부터 고도 만달레이로 가는 열차를 따라 여행하는 중앙 버마, 파간 유적과 인레 호수, 몬과 카렌의 대지, 마약 로드로 불리는 국경지역 샨, 카친·이라와디강 기행, 변경의 소수민족의 현실과 차별의 역사를 풍성한 사진자료와 함께 실었다.

버마는 방글라데시, 인도, 중국, 라오스, 타이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7개의 자치주에는 주로 산악지대에 흩어져 사는 135개 소수민족이, 7개 정부관할구역에는 주로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버마족이 살고 있다.

정치·경제·군사적으로는 중국의 거센 입김과 영향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봉쇄로 인해 오랫 동안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삶의 질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군사정권은 체제 유지를 위해 아웅산 수지 여사를 비롯한 수많은 반체제 민주인사들을 탄압해오고 있으며 언론탄압으로 악명 높고 미국의 군사공격에 대비해 행정수도를 밀림 속에 건설한 요새형 도시로 옮겼다.

책을 따라 버마와 버마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진들 사이로 흐르는 냉철하고 객관적이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여행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열대 우림의 풍경 속에 섞이게 된다.

책을 쓴 마사히토는 지난 78년 일본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하고 프랑스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의 작품에 감명 받아 영화계에 입문, 80년대 후반부터 영상작품 제작과 저술을 병행하고 있다.

책을 우리말로 옮긴 정금이씨는 일본 오사카 부립대학 국문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일본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국내로 돌아와 경북대 인문대 일어일문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일본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국제국에서 일하고 있다.

 

 

전세계 여행자들에게는 분명 매혹적인 국가임에도 여전히 군사정권 탄압이 존재하는 미얀마(버마). 미얀마 소년들의 꿈은 군인이 되는 것이다.

 






최민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