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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실용

우리말 잡학사전

by 푸른길북 2010. 12. 13.

 

 

친근하고 쉬운 내용 전달로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본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말 관련 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서점에서 우리말 관련 코너에 가보면, 지은이의 우리말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어 낸 깊이 있는 연구 결과를 담아 낸 훌륭한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 한다.

이 책은 깊은 학문적 성과를 담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러한 책들이 일구어 낸 토양 위에 뿌리를 두고 자라난 날것 그대로의 재료들을 가져다가, 독자들이 먹기 좋게 썰고 다듬고 익혀서 내어 놓은 셈이다. FM 라디오에서 방송되었던 내용을 간추려서 묶은 책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입말이 특징이며, 항목당 2~5분 사이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친근하고 쉽게 내용을 전달한다. 2007년 출간된 [우리말에 빠지다] 개정판.

 

소제목에 숨은 비밀: 문장이 아니라 단어를 주목해야

 

각 부의 소제목은 사실 본문에 나오는 단어를 조합해서 만든 문장이다. 1부 제목인 “샛바람 부누나, 네 서방 바람 나것다”에 나오는 서방은 본문에 없다. “푼수뎅이야, 까불다 쪽박찰라” 꼭지에는 까불다가 쪽박을 찬 푼수도 나오지 않는다. 즉 소제목의 포인트는 문장 자체가 아니라 문장에 쓰인 단어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샛바람과 바람나다, 쪽박과 살판 같은 우리말의 어원을 간지러운 곳 긁어 주듯 시원하게 밝혀 준다.

 

쪽수를 넘길수록 성장하는 일러스트의 주인공들

 

[우리말 잡학사전]에 사용된 만화 그림들은 그냥 삽화가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폭탄 맞은 것처럼 부풀린 머리를 한 ‘무대책’ 삼촌은 외국에서 공부하다 왔기 때문에 우리말에 서투른 인물로 묘사되었고, 똑소리 나는 고등학생 ‘독솔희’는 부제인 “똑소리 나는 글쓰기 도우미”를 그대로 연상케 하는 인물이다. 허당 삼촌 뒷바라지에 골치가 썩기 일쑤인 우등생 ‘독솔희’의 도움에 힘입어 무대책 삼촌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우리말 실력이 향상되어 간다.

 

현실과 맞물려 우리를 성찰하게 만드는 에세이

때로는 우리말의 어원을 어학적으로 분석하거나 유래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 전달하는 정보 전달적 성격을 띠기도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거기에만 놓여 있지 않다.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두려움이 많으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 생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가슴을 활짝 펴고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헛기침을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만남’은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해서 눈으로 직접 상대방을 바라보는 행위’인데 컴퓨터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로 서로를 보는 것이 진정한 만남이 될 수 있을지 묻고 있기도 하며, ‘시래기’와 ‘쓰레기’가 ‘슬아기’라는 같은 어원에서 갈라져 나온 말이라는 것에서 같은 것이지만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라 국거리가 되기도 하고, 그냥 버려지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는 평범하지만 깊이 있는 가치를 전하기도 한다. 우리말에 담긴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현재 우리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는 글인 것이다.

 

<지은이 소개>

김상규

그는 20년 이상 선생으로 살면서 엉뚱한 짓을 많이 한 사람이다. 소설이랍시고 때 이른 SF소설을 20년도 전에 쓰더니, 논술 책도 몇 권 쓰고, 우리말 관련 단행본도 몇 권 내고, KBS 1FM 라디오 작가로도 글을 쓰면서 우리말 이야기를 여기저기 떠들어 댔던 고등학교 선생이다.

몇 해 전부터는 EBSi 논술방에서 첨삭교사로 학생들 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고는 좋아라 하는 좀 말 많은 선생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서울시교육청에서 토론대회 한다고 덜컥 예선 · 본선 심사위원을 맡아 버리기도 했고, 독서 · 토론 · 논술 관련 컨설팅을 한다고 이 학교 가서 떠들고, 저 학교 가서 이야기하고, 또 우리말을 좀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뭘까 같이 궁리궁리하는 교사이기도 하다.

그 뿐인가, 검정교과서 심의위원을 할 때는 몇 날 며칠을 밤새워 가며 잘못을 잡아내고 고치면서 희희낙락하는 좀 모자란 국어 선생이기도 하다. 아니, 우리말이 좋아서 어른 아이 말 속에 들락날락 해메는 사람이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하는 좀 바보 같은 교사다.

 

편집자 한마디

 

이 책 처음 입사해서 만든 책인데 보도자료가 안 써져서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헤매기도 많이 헤매고 야단도 많이 맞고 심지어는 저자분께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전화까지 해서 귀찮게 해드리고(...) 하여튼 여러 모로 좌충우돌했던 책입니다. 하도 정신 없이 해서 전 이 책 판형도 기억이 안나요;;;

 

아, 이 책 캐릭터 소개는 제가 넣은 거랍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림 옆에 삼촌하고 조카라는 설명만 붙어 있었는데 그게 어딘지 휑해 보여서 어떡할까 하고 혼자서 머리를 쥐어 짰죠. 나름대로는 성공적인 시도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거기서 오타가 무더기로 나와서 깜놀(...) 우리말에 대한 여러 가지 토막지식들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무려 한글날 출간해서 대박을 터뜨린 책^^V

 

시중에 나온 비슷한 우리말 책 중에는 제일 예쁘다고 나름대로 자부하는 책입니다. 삽화로 쓰인 만화 주인공은 그래뵈도 애니메이션의 단골 소재인 성장하는 캐릭터라구요! (...) 외국 유학에 실패하고 돌아온 백수 청년, 미녀 조카를 만나 우리말에 눈뜨다! 가 큰 줄거리... 네. 과장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정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