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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테디 루스벨트 되기

by 푸른길북 2010. 12. 13.

 

 

소년이 테디 루스벨트가 되었을 때 그의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다

 

숙제하기 싫어하는 아이, 위인전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더 좋아하는 아이에게 꼭 권해 주고픈

사랑스럽고 유쾌한, 그러면서도 눈물이 아주 찔끔 날 특별한 숙제 이야기

주인공 라일리 오루크의 세계관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순진함이 라일리에게는 없다. 라일리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아니다. 집은 가난하고, 이혼한 아빠는 돈을 부쳐 주지 않고, 엄마는 일에 지쳐 있다. 라일리는 꿈에 젖어 있기보다는 특별활동비와 생활비를 견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에게도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색소폰을 연주해 보는 것, 그것이 라일리의 소원이다. 그러나 라일리네 집 형편에 비싼 악기 대여료를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팍팍하고, 어찌 보면 냉혹하다. 그러나 작가는 절대 주인공을 슬픔에 잠긴 아이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녀의 문체는 시종일관 명랑하고, 즐겁고, 유쾌하며, 때로는 재치 있게 받아치고, 때로는 통통 튄다. 그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미국의 제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의 멘토로 나서다

어느 날 라일리네 반 담임인 해로우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고 요약 카드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 준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들이 숙제를 제출하는 날 학교에서 ‘전기 티 파티’를 열 것이며, 그 파티에서 아이들은 각자 자기가 맡은 인물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맛있는 차를 마시게 된다고 말해 준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아이들은 숙제를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러나 숙제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과 맞물릴 때, 그것은 의외의 원동력이 된다. 라일리는 같은 날 음악 시간에 들은 기악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평소부터 동경해 왔던 색소폰을 연주해 보기를 꿈꾼다. 그러나 엄마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숙제도 힘들어하는 덜렁이가 비싼 대여료를 내고 빌린 악기를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하지만 라일리에게도 오기가 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방법을 생각한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해로우 선생님에게서 받은 숙제를 멋지게 해내서 엄마에게 보여 주는 것! 그렇게 생각한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 테디 루스벨트(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애칭)에게 몰입하기 시작한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미국의 제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그 날부터 소년의 멘토가 되어 라일리의 색소폰 구하기에 함께 도전하게 된다.

 

역사가 지루하다고? 재미없다고?

아이들아, 책 속에서 근엄하게 설교만 하는 위인들을 향해 시원하게 이단 옆차기를 날려라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작가의 유쾌한 ‘역사 유희’다. 그녀가 묘사하는 위인들은 결코 허공에 붕 뜬 듯한 비현실적인 인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훌륭한 놀이 상대이다. 아이들은 세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인들을 옆 동네 사는 친구 말하듯 마음대로 묘사하고, 거리낌 없이 그들과 동화한다. 인도의 신성 마하트마 간디는 열한 살짜리 아이의 입을 통해 ‘팬티만 입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인도를 해방시킨 사람’이라는 우스꽝스런 인물로 격하(?)되고, 위대한 영국의 군주 헨리 8세에게 아이들은 그깟 아들 하나 못 낳았다고 왕비를 죽이냐며 맹렬하게 비난을 퍼붓는다. 헬렌 켈러 역을 맡은 아이는 완벽한 헬렌 켈러가 되기 위해 시각 장애 연습과 청각 장애 연습을 하고 수화를 배우기에 여념이 없다. 곤란에 처했을 때, 마치 슈퍼맨처럼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도 이들이다. 라일리는 색소폰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불굴의 의지를 배운다. 예술의 후원자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라일리가 곤경에 처한 것을 알고 기꺼이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마하트마 간디는 마치 영국의 소금법에 항의하는 소금 행진을 이끄는 것처럼 라일리를 도우는 행렬에 동참하고, 절망에 빠진 헬렌 켈러가 친구를 돕는 일에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나섰을 때 드디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점수보다는 노력이,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라일리와 그의 색소폰

위인 되기 과제를 수행하며 변화해 가는 것은 라일리만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서툴기는 하지만 반 아이들은 한 사람씩 자기가 맡은 배역에 충실해 가고, 인물을 이해할수록 나비가 부화하듯 저마다 아름답게 변신해 간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게임팩을 다 가진’ 부잣집 응석받이 소년이 마하트마 간디 역을 맡으며 자비심과 리더쉽을 기르게 되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면 절대로 안 하는 고집쟁이 소녀가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의 만남을 통해 사려 깊고 친절한 성품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은 읽는 이의 가슴에 따스한 불을 지핀다. 특히 주인공 라일리가 색소폰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노력과 의지의 중요성을 절절히 깨닫게 해 준다. 성적표에 받는 점수보다는 그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아울러 인생에 있어 모든 일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은 부모에게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옮긴이의 말

자신감이 부족한 한 4학년 소년이 있다. 늘 공상에 빠져 알림장이나 공책을 잃어버려 선생님께 주의를 듣고 어른들로부터 머리가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런 소년에게 꼭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바로 색소폰 연주! 그러나 소년의 엄마에게는 색소폰을 사주기는커녕 빌려줄 돈도 없다.

수업 시간에 ‘인물 이야기’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제를 받았다. 소년이 맡은 인물은 테디 루스벨트. 그는 미국의 26대 대통령이다. 선생님은 독후감에 반드시 주인공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쓰라고 한다. 루스벨트의 어려움은 건강이었다. 소년이 지금 맞닥뜨린 어려움은 색소폰을 구해야 하는 것.

루스벨트에게는 아들이 마음껏 운동하도록 체육관을 지어줄 정도로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5년 전에 집을 나갔다. 그런데 루스벨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제 소년은 자기의 처지와 루스벨트의 처지를 같이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기의 어려움을 혼자 힘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궁리하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끝까지 다 읽은 독자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기가 번 돈으로 빌린 것이 아니라 음악 선생님이 색소폰을 주지 않았느냐고. 그게 어떻게 혼자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것이냐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눈길을 주어 보자.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선생님이 소년의 형편을 미리 살펴서 악기를 준 것이 아니라 소년이 먼저 방법을 찾았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생각을 모았을 때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을.

 

<지은이 소개>

지은이 클라우디아 밀스 (Claudia Mills)

여섯 살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가 공책을 주면서 시를 쓰라고 했을 때부터 끊임없이 글을 썼다. 한 살 아래 여동생과 친구처럼 지내며 환상의 왕국을 지어냈다. 1982년에 『At the Back of the Woods』를 처음 출판한 후로 많은 그림책과 이야기책을 냈다. 지금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가족과 함께 콜로라도 주에 살고 있다. 국내에는 『올리버 올슨, 세상을 바꾸다』와 『7x9=나의 햄스터』가 나와 있다.

 

그린이 R. W. 앨리 (R. W. Alley)

 

대학 다닐 때 미술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려고 했지만 늘 책 여백에 그림을 그리고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자신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했다.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며 최근에는 만화도 그린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에서 살고 있다. 그린 책으로 『슬플 때도 있는 거야』, 『나, 스트레스 받았어!』 등이 있다.

 

<옮긴이 소개>

 

옮긴이 강은슬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다가 어린이책의 세계에 빠졌다. 어린이책 서평을 쓰고 가끔 번역도 한다.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합니까』『도서관을 구한 사서』등의 역서가 있다.

 

<차 례>

내가 테디 루스벨트라고?

엄마, 나 색소폰 불고 싶어요!

헬렌 켈러가 될 수 있는 소피의 특별한 방법

테디 루스벨트는 나의 친구

나에게 94달러 50센트만 더 있었더라면!

잃어버린 요약 카드

세계 최대의 게임팩 세일

완벽한 마하트마 간디

위대한 인물들이 색소폰을 구하는 방법

여왕과 황제와 대통령이 축배를 들다

 

편집자 한마디

처음 원고 받았을 때 완전 반한 친구랍니다^^ 내용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권해 주고 싶은 만큼요^^* 따끈따끈하게 방금 나온 신간입니다. 사실 생각 같아선 저 많은 책들 중 하나쯤 챙겨 두고 싶은데 그냥 꾸욱 참고 있습니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표지 색깔이 생각만큼 예쁘게 안 나왔어요. 원래는 바탕이 진한 파랑색으로 나와야 하는데, 제 실수로 옅은 파랑색이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뒷표지의 글상자도 오른쪽으로 치우친 이상한 모양이 되어버렸구요. 그래두 내용이 예쁘니까... 서점에서도 반응이 좋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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