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천재 지렁이
The Incredible Worm
펴낸곳❘(주)푸른길
지은이❘대니얼 포스트게이트
옮긴이❘강은슬
정가❘10,000원
ISBN❘978-89-6291-208-1 77840
사양❘양장, 250*250, 30쪽
초판 1쇄 발행일❘2012년 10월 12일
분야❘어린이>그림책>미국
얘들아, 낚싯줄에 꿰인 지렁이는 무얼 하지?
“가끔 아빠나 형이 낚시를 하러 갈 때, 징그럽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자못 소중하게 상자에 챙겨 가는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보기만 해도 온 몸에 소름이 돋을 것 같은 분홍색 지렁이, 축축하고 미끈미끈한 걸로 봐서는 절대 가까이 다가가기 싫죠. 그런데 그 지렁이는 무슨 일을 할까요? 아, 물고기 밥이라고요? 정말… 그럴까요?
이 책에 나오는 지렁이는 물고기 밥이 아니에요.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거든요.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어요. 입담은 또 얼마나 구수한지 배고픈 물고기들의 넋을 쏙 빼놓았지 뭐예요? 낚시찌 아래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상상하는 아이의 뇌지도를 포착하다
낚싯바늘과 지렁이가 만들어낸 깜찍한 판타지
역할극은 어린 아이들이 즐겨 하는 가장 고전적인 놀이이다. 대상은 다양하다. 로봇일 수도 있고, 인형일 수도 있지만, 본질은 같다. 어른이 보기에는 단순한 사물일 뿐이지만, 아이들은 사물에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늘씬한 마론 인형은 예쁜 공주님으로, 때 묻은 강아지 인형은 공주님의 애완견으로, 구석에 쑤셔 박혀 있던 봉제 인형은 악당이 되는 식이다. 단순한 사물이 캐릭터가 되고, 캐릭터가 모여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들은 그 순간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이 몰두하게 되는 그 순간, 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게 된다.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살아 움직이도록 작동시키는 이야기를 만드는 동안 감성과 논리를 지배하는 아이의 양쪽 두뇌는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성장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저 아이가 대체 무얼 하며 노는 걸까? 하고 갸우뚱하는 부모도 있다.
이 이야기는 낚싯바늘에 매달린 지렁이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지렁이가 정말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물고기를 낚을 미끼일 뿐이다. 하지만 단순한 미끼와 물고기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아이가 상상하며 노는 그 순간을 바로 사진으로 찍어 놓은 듯 빼닮았다. 사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지렁이의 노래나 연기는 평범한 사물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어린이의 사고방식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아이들의 속성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세밀하고 풍성한 상상력에 아예 매료된 듯하다. 하지만 지렁이와 물고기로 자아내는 스토리텔링은 아이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보다 훨씬 탄탄하고, 세련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지렁이와 지렁이를 잡아먹으려는 물고기의 갈등이 있고, 지렁이를 잡아먹으려던 물고기들이 지렁이의 공연에 흠뻑 빠진 사이에 낚시꾼의 뜰채에 잡히게 되는 반전도 있다. 만약 요란하고 자극적인 만화 영화나 동화책에 지친 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상상놀이에 자극이 되어 줄 이런 깜찍한 판타지 하나쯤 권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어디선가 또 다시 탄생할 수많은 지렁이 이야기
낚시를 즐기는 연령층은 어린이들보다는 어른들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어린이도 즐길 수 있는 활동처럼 보이지만, 사실 낚시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정(靜)적인 활동이다. 이런 낚시꾼의 모습을 일러 주나라 초기의 공신 강태공에 비견하기도 한다. 문왕에 의해 등용될 때까지 낚시질로 세월을 보낸, 천하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리는 태공망 여상의 모습은 다분히 정(靜)적이다. 뛰고 구르고 걷어차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놀이는 아니다. 하지만 흔히 접하기 어려운 낚시, 그중에서도 보기 흉한 지렁이가 사실은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들은 지렁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이 이야기를 읽은 어린이라면, 생소하고 징그러운 지렁이가 이제는 단순한 동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번 이렇게 자극을 받은 상상력은 확장을 시도하게 된다. 새롭고 수많은 지렁이 이야기가 탄생하게 될 것이고, 주변의 모든 사물이 제한 없는 상상력의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에 날개를 달아 주고 싶은 마음, 어느 부모나 가진 공통적인 소망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어떤 엉뚱함이라도 나무라지 않고 받아 줄 수 있는 관대함이 필수겠지만,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처럼 한정된 공간 안에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그림책의 세계로 아이와 함께 푹 빠져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저자 대니얼 포스트게이트
영국 남동부의 작은 마을 위스터블에서 1964년에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유명한 어린이 프로그램 「고양이 백퍼스」제작자다. 전설에 따르면 그가 태어나던 날 늑대와 오소리를 비롯하여 많은 어둠의 생명체가 병원 앞에 모여 울부짖으며 환영했다고 한다.
간신히 공부를 끝낸 다음, 간판장이 견습공과 오래된 상자에 말이나 바다 풍경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마술에 발을 들여 놓았다. 마침내 행운을 찾아 런던으로 떠난 그는 여러 독특한 직업을 거친 후에 만화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선데이 타임즈』, 『루트』, 『라디오 타임즈』와 같은 잡지에 만화를 실었다.
1993년에 첫 번째 그림책 「케빈이 세상을 구했어요(Kevin saves the World」를 쓰고 그린 이후 어린이책 세계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 「냄새나는 빌(Smelly Bill)」은 “노팅엄 도서관 어린이들이 뽑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고향 위스터블로 돌아가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꽃밭 가에 있는 예스러운 작은 집에서 작업한다.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논쟁, 의미 없는 자기성찰과 신발 찾는 것이 취미다.
역자 강은슬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는데 도서관을 관리하는 일보다 책 읽기가 더 좋았다. 우연히 들어선 어린이 청소년책 세계에서 읽고 서평을 쓰고 재미있는 책을 번역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의사 지바고」를 쓴 파스테르나크의 소박하고 깔끔한 서재를 보고 책방 정리를 꿈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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