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온에 가거든
펴낸곳┃(주)푸른길
지은이┃양광모
정 가┃11,000원
ISBN┃978-89-6291-989-9 03810
사 양┃130*205, 132쪽
초판 1쇄 발행일┃2022년 11월 28일
분 야┃문학>시
“갯벌 게 구멍 속에 느릿느릿 들어앉았다 오라
밀물이 들기까지 생은 종종 멈추어도 좋은 것이다”
시인 양광모와 다만 걸어 보는 생의 여정
시인 양광모의 기행 시집 『와온에 가거든』이 출간되었다. 일상의 언어로 삶을 덧칠해 온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을 떠돌면서 마주쳤던 낯선 순간들을 담았다. 언뜻 보면 평범하고 진부해 보이는 삶인데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은 이토록 다채롭고 동적일 수 있는 걸까. 시인은 걷는다. 먼바다를 건너 낯선 섬에 닿기도 하고 장시간 이동하여 땅끝마을로, 인적 하나 없는 숲속으로, 파도가 오가는 모래사장에 다다르기도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와온일까? 모든 기행을 통틀어 명명된 ‘와온’이란 공간은 시인에게 어떤 흔적을 남긴 장소였을까.
시인은 와온으로 가는 길에 설치된 수십 개의 과속방지턱을 발견한다.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어 조심스럽게 방지턱을 넘어가면서 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상처라는 건 “신이 만들어 놓은/ 생의 과속방지턱인지도 모른다”(「와온에 가거든」)라고. 과속방지턱은 어떤 길에서는 때때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걸 ‘아는’ 누군가가 발명한 것일 수도 있다. 경험에서 비롯된 ‘이해’이기도 한 ‘앎’이다. 다가오는 것들에 부딪혔던 경험, 부딪히지 않으려고 몸을 기울였던 경험이 걸음 속도를 늦추고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게 한다. 갖가지 경험으로부터 생긴 생채기들이 내 안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만에 하나 부딪히더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심장이 물 빠진 갯벌로 변해 가는 날들이 있다// 그러나 추자여/ 만년 파도에 깎인들/ 네가 섬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듯/ 천년 유배를 산들/ 내가 어찌 사랑을 묻어 버리겠느냐
―「추자도」 부분
셀 수 없이 많은 시간 동안 파도에 몸이 깎여 온 추자도를 보며 시인은 말한다. “살아가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 뼈를 깎을 때가 있다”(「추자도」)라고. 여기의 ‘사랑하는 일’의 목적어는 ‘너’일 수도 있지만 ‘나’일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일. 그런 점에서 시인의 여행은 새로운 경험과 인연을 접하는 여정일 뿐 아니라 새롭고 낯선 ‘나’를 만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어째서 사람들은 더 올라갈 곳도 없는데 “더 높이 올라갈 곳을 찾”는 거며, 더 나아갈 곳도 없는데 “더 멀리 나아갈”(「한라산」) 방법을 찾는 걸까. 이 이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충동이, 어딘가에 미지의 세상이 있을 거란 믿음이 우리의 등 뒤를 계속해서 떠민다. 발길 닿는 대로 걷게 한다. “다시 내려올 걸”(「산」) 알면서도 산을 오르는 마음. 다시 돌아올 것을 알면서도 어느 샛길로, 낯선 마을로, 먼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마음이 시집 곳곳에 발자국처럼 남아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일수록 발자국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처럼, 이번 기행 시집에도 각자의 이야기가 마주치는 지점이 가득하길 바란다.
원대리에 가시거든/ 푸른 잎과 흰 껍질이 아니/ 백 년의 고요를 보고 올 것/ 천 년의 침묵을 듣고 올 것/ 자작나무와 자작나무가/ 어떻게 한 마디의 말도 주고받지 않고/ 만 년의 고독을 지켜 나가는지
―「원대리에 가시거든」 부분
온종일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수평선만 바라보는 주문진 바다// 나, 가장 오른쪽 벤치가 되어/ 일평생쯤 모래에 발목 묻은 채 살고 싶었네/ 그리움으로 포말처럼 부서지고 싶었네// 시월이었으니/ 너라도 그랬으리
―「주문진 바다」 부분
저자 소개
양광모(azus39@naver.com)
시인, 경희대 국문과 졸업. 소소하지만 근원적인 삶의 정서를 일상의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푸르른 날엔 푸르게 살고 흐린 날엔 힘껏 살자고. KBS, SBS, 한겨레, 중앙일보, 세계일보, 서울신문 및 다수의 언론에 시가 소개되었으며 양하영, 허만성, 이성하, 이연학 등 여러 가수들에 의해 그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대표시 101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대표시 선집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필사 시집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사랑시 선집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 커피 시집 『삶이 내게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놓으라 한다』, 술 시집 『반은 슬픔이 마셨다』, 별과 꽃 시집 『별이 너를 사랑해』 등 모두 스물한 권의 시집과 인생 잠언집 『비상』, 『명언 한 스푼』을 출간하였다.
차례
시인의 말
Ⅰ. 자작나무숲으로 가자
산/ 자작나무숲으로 가자/ 원대리에 가시거든/ 겨울 원대리/ 백두산/ 한라산/ 청대산 1/ 청대산 2/ 울산바위/ 한계령/ 한계령에서/ 겨울 한계령/ 선자령/ 구룡령/ 토왕성폭포/ 사랑질
Ⅱ. 비양도에 가서 알았다
바다/ 와온에 가거든/ 와온 바다/ 와온에 서서/ 비양도/ 보길도/ 백령도/ 홍도/ 홍도야 울지 마라/ 오동도/ 사량도/ 울릉도/ 추자도/ 괜찮다 새여/ 주문진 바다/ 무창포/ 남애항/ 장생포의 여자/ 영일대/ 상주 은모래해변/ 금능해변/ 아야진해변/ 바다 32/ 바다 33-정동진은 위험하다/ 바다 98-외옹치해변/ 바다 100-사량도/ 썰물도 없는 슬픔/ 운명 같은 사랑 그리운 날엔
Ⅲ. 농암정,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길의 노래/ 농암정/ 초평호 1/ 초평호 2/ 우포에서 쓴 편지/ 농다리/ 안반데기/ 양양에서/ 하조대/ 청초호 3/ 겨울 속초/ 의암義巖/ 남이섬 연가/ 가창오리 군무/ 경화역/ 섬진강/ 삼강주막/ 등대 카페/ 고독 카페/ 정동진 카페/ 갈치호수로 와라/ 월하독작月下獨酌/ 틈/ 푸른별 주막에 앉아
Ⅳ. 운주사에서는 천 불이 함께 모여 산다
아침 편지/ 해당화/ 선운사/ 동백에게 죄를 묻다/ 선암사/ 화암사/ 화암사 나뭇잎/ 화암사 백상암白象岩/ 화암사 쌍사자 전설/ 해탈나무/ 란야원蘭若院/ 비선대/ 구인사/ 적멸/ 건봉사 배롱나무/ 불이지연不二之緣/ 청일박請一泊/ 건봉사/ 신흥사/ 낙산사/ 삼화사/ 동화사/ 망월사/ 운주사/ 운주사 꽃무릇/ 천불천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