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시장

by 푸른길북 2011. 2. 25.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시장이 있는,

그 곳의 이름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

 

 

 

라면 면발같이 고불고불한 마을 골목길을 따라가자

삼지천, 보드라운 실개천의 이름을 가진 그 곳

자연 마을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오랜 노력을 통하여 형성된다. 마을 사람들은 자연환경에 적응을 하기도 하고 자연환경을 개발하기도 하며 마을의 크기를 확대해 간다. 그 과정에서 가옥들이 들어서고 경지가 만들어지고 집과 집을 이어 주는 마을 길도 열린다. 마을 길은 마을의 개척사와 괘를 같이 한다. 자기 집의 담벼락이라는 사적 공간과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라는 공적 공간의 접점이 마을 길이다. 마을 길은 어느 곳에나 있지만, 마을 길의 담을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서 그 경관과 기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돌담으로 이루어진 좁은 마을 길인 골목길은 그 운치가 더하다.

 

 

 

돌돌돌 흐르던 실개천은 잃었지만

우리네 길이 가진 곡선과 느림의 본성까지 잊을까 보냐

전남 담양군의 창평면에는 삼지천(三支川) 마을이 있다. 마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실개천이 있는 마을이다. 작은 내를 가진 마을에는 그 하천의 물길을 따라서 형성된 원형의 돌담길 골목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느리지만 부지런하게 살면서 마을 돌담 길 원형과 전통적 경관을 용케도 잘 간직하여 오늘에까지 이어 가고 있다. 이곳은 마을 골목길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다.삼지천 마을은 조선 초인 1510년경에 형성된 후, 100년 전부터는 고씨(高氏) 일가가 마을에 자리를 잡으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마을의 대부분 고가들은 고씨(고재환, 고재선, 고정주 등)의 소유다. 그리고 마을에는 세 갈래의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새마을운동 등 농촌의 근대화 과정에서 이를 복개(하천에 덮개를 씌워 겉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일)하여 농로를 확장하는 데 이용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을이 슬로우 시티(Slow City)로 지정되면서 마을 실개천을 복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달팽이 시장, 흥정이 필요 없는 곳

손님들이 물건을 사면 그냥, 그냥 좋은 곳

삼지천 마을의 골목은 크게 두 갈래로 돌담1길과 돌담2길이 있다. 돌담길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창평 파출소, 창평 면사무소와 창평 교회를 찾으면 된다. 창평 교회 앞에서 시동길과 만나는 지점에 골목길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있다. 그 앞에는 마을의 당산나무인 느티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전통 무속과 서양 종교가 힘겨루기를 하던 터였다. 느티나무 아래에서는 매월 첫 주 토요일에 달팽이 시장이 선다. 시장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정도의 자그만 규모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재배한 농산물을 판다. 이들은 전문 상인이 아니라서 흥정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그들은 서두름이 없고 손님들이 물건을 사면 그냥 좋다.

 

 

 

돌과 흙을 번갈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우리의 전통 돌담,

투박한 듯 못생긴 그 모습에도 다 이유가 있다

작은 달팽이 시장터를 가로질러 가면 돌담1길이 나온다. 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으며 담장은 돌담으로 되어 있다. 길 양쪽에는 담이 있고, 물 흐르는 방향을 중심으로 왼쪽 담의 아래에 실개천이 복개되어 흐르고 있다. 돌담의 구조는 돌과 흙을 교차하여 쌓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돌들을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구분하여 주로 큰 돌을 아래쪽에 쌓고 작은 돌을 그 위에 쌓아서 튼튼하고 안정감 있게 만들었다. 돌담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이어 주었다. 암기와와 수기와를 이용하여 처마 모양으로 지붕을 만들고, 돌담의 중심에서 위로 암기와와 수기와를 3~4단 쌓아 올린 구조를 취하고 있다. 돌담의 지붕은 안정감과 멋을 줄 뿐만 아니라 돌담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여 오랫동안 돌담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보통 전통적인 마을 길은 직선이 없어서 그 길을 따라서 쌓아 둔 돌담도 직선이 없다. 또한 실개천을 따라서 마을의 집을 지었기에 직선이 없다. 우리 선조들은 직선 구조를 선호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동세의 멋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S라인의 묘미를 안 듯하다. 이 골목길에서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다음 회에는 삼지천 마을에 있는 한옥들의 각양각색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을 네비게이션으로 찾아보세요.

 

 

 

 

이 컨텐츠는 인터파크 도서 웹진 북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