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는 우리말 이야기
세계 어디서든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는 “I say ‘판’, you say ‘소리’!”
그런데 판소리가 대체 뭐냐고 묻는다면, 대략… 난감?
유네스코에서는 세계 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재들을 발굴해 세계의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문화 유산들 몇 가지도 지정되었지요.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하권, 승정원 일기 등이 세계기록 유산이라는 사실은 다들 아실 테고요. 수원화성, 창덕궁,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경주 역사 유적 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지 등이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무형 유산으로‘종묘 제례와 제례악’이 지정되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가진 무형 문화 유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그리고 몇 년 전 우리나라 중요 무형 문화재 제5호인 판소리가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고수鼓手와 창자唱者가 어울려 만들어 내는 신명나는 판소리가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니 기쁘고도 다행한 일입니다.판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광대 한 사람이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사설辭說을 노래와 말과 몸짓을 섞어, 창극조唱劇調로 부르는 민속 예술의 한 갈래’입니다.‘판소리’의 어원을 살펴보지요.판은 ‘일이 벌어진 자리나 장면’을 뜻하는 명사로, ‘놀이판, 씨름판, 난장판, 싸움판’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일정한 공간을 가지지만, 격식이 없고 역동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데에 사용되는 말입니다.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줄인 것으로 볼 수 있고요. 판소리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은 판소리가 ‘중국의 영향을 받아 변화있는 악조로 구성된 판창’ 즉, ‘판을 짜서 부르는 소리’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그러나 이보다는 판소리의 연원淵源을 우리 전통 놀이인 판놀음에서 찾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넓은 마당에 판을 벌이고서 줄타기, 땅재주, 춤, 죽방울, 소리 등 여러 가지 기예技藝를 종합적으로 보여 주는 우리의 전통적 판놀음에서 소리만을 독립시켜 공연하면서 판소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주장입니다.그렇다면 발생의 근원을 따라 올라가면 판소리를 ‘판놀음에서 분리되어 노래를 부르는 소리 놀음’으로 정의내릴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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