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정말 돌고 도는 그 ‘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우리말, 그 웬수 같은 ‘돈’의 실체를 파헤치다
우리 속담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써라’,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염라대왕 문서도 고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적막강산이요,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이라’, ‘돈이 장사요, 제갈량이다’ 등등 돈과 관련된 것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게 돈이기 때문이겠지요.엽전 열 닢을 ‘한 돈’으로 부른 데서 ‘돈’이 나왔다는 설, 돈은 돌고 돌기 때문에 ‘돌다’에서 생겨났다는 설 등 여러 가지 민간 어원이 있지만, ‘돌다’의 어간 ‘돌’에서 ‘돈’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주장은 우리말 조어법상 어간이 명사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돈의 어원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학적인 측면에서 보아 돈이‘돋’에서 왔다는 주장입니다. 중세 문헌인 『석보상절釋譜詳節』을 보면 쇠붙이인 ‘돈 전錢’이 ‘돈’으로 나타나는데, 이 ‘돈’의 고대어는 ‘돌’의 의미를 지니는 ‘돋’일 것으로 추측된답니다. 돌의 의미인‘돋’에서 쇠붙이인 ‘돈’으로 변화되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돈의 어원을 이렇게 본다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돈 보기를 돌같이 하라’인 셈이고, 돈의 어원을 ‘돌’의 의미인 ‘돋’이라 생각하면 딱 맞는 얘기네요. 돈, 돋, 돌 다 같은 의미이니까요.돈의 어원에 대한 또 하나의 견해는 보편적인 화폐 발달사에 비추어서 돈의 명칭이 셈 단위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영국의 파운드는 중량을 재는 단위 파운드가 화폐의 명칭이 되었고, 영어의 달러는 유태인들의 화폐 단위 달란트에서 나온 말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 달란트 역시 유태인들이 쓰는 중량 단위였답니다. 그것처럼 우리의 ‘돈’도 무게를 재는 단위인 ‘돈’에서 나온 말로 보는 주장인데요. 옛날부터 우리가 화폐처럼 사용했던 것들이 쌀이나 고기 같은 실물이거나 금·은·동·철과 같은 금속 화폐였기 때문에 무게가 바로 돈의 값어치를 세는 단위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무게를 재는 단위인 ‘돈쭝’에서 ‘돈’만 잘라 ‘돈’이 되었다는 설도 일리가 있습니다.최근 실물 경제의 확대 등으로 인해 예전에 사용하다 중지된 화폐 단위인 전錢을 재활용하는 화폐 단위 액면절하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들리는데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화폐 단위가 바뀌더라도 ‘사람 낳고 돈 낳는다’는 생각만은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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