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쳤던 ‘인연’, 눈길이 마주칠 때 비로소 ‘만남’ 이 되는 것
어, 그럼 ‘화상 채팅’은 만남이 아니냐고요? ‘번개’를 뛰세요
우리의 삶 속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만남이 존재합니다. 사업상의 만남,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옛 친구와의 만남, 설레는 이성과의 만남. 그리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그간의 변화와 안부를 물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갑지 않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하지요. 이러한 만남들은 어떻게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만남’은 ‘만나다’에서 나왔답니다. 그런데 ‘만나다’라는 동사의 어근이 ‘만나’라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신의 음식 ‘만나(manna)’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있는 ‘눈’의 의미를 지니는 ‘만’과 ‘나’가 결합한 것이랍니다. 한글이 만들어지던 당시 모습으로 말하자면, ‘맞이하다’의 뿌리인 ‘맏’과 ‘나타나다’의 뿌리인 ‘낟’이 결합한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그래서 ‘만나다’는 의미는 ‘눈으로 직접 상대방을 마주 보는 행위’인 셈이 됩니다.세부적인 해석에 있어서는 학자들 간에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만’과 ‘나’의 결합으로 보는 것은 같지만, ‘마주보다’, ‘마주서다’에 사용되는 부사어 ‘마주’의 근원인 ‘맞’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 의미는 지금 쓰이는 것처럼 ‘서로 같이’라는 뜻이고요. ‘손님을 맞다’, ‘맞이하다’처럼 아예 동사로 파생되기까지 합니다. ‘나서다’, ‘나가다’에서처럼 ‘나다’는 ‘출발하다’의 뜻을 지닙니다. 그렇게 보면 ‘만나다’는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한다’는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이런 두 가지 대표적인 해석을 합해서 생각해보면, ‘만나다’는 ‘마주 보고 서로 같이 출발해서 눈으로 직접 상대방을 바라보는 행위’가 되겠습니다.그럼, 컴퓨터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인터넷 대화를 ‘만남’이라고 보아야 할지 애매해지네요. 보기는 보는 건데 직접 만나거나, 서로를 향해 출발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오가고, 진실된 마음을 보일 수 있으려면 역시 직접 만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오래된 만남 속에서 새로운 느낌과 생각, 생활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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