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냇머리, 밤송이머리, 더벅머리, 떠꺼머리, 빡빡머리… 폭탄머리?!
인간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담은 우리말 속 “머리” 이야기
“넌 커트가 잘 어울려.”
“이번 주말에 파마하러 가야겠어.”
일상생활 속에서 이와 같이 머리 모양을 나타내는 ‘커트’, ‘파마’ 같은 외래어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말 중에도 머리 모양을 나타내는 재미있는 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의 머리카락을 보신 적 있나요? 그런 것을 ‘배냇머리’ 라고 한답니다.‘ 갓난아이가 태어난 뒤로 한번도 깎지 않은 머리털’ 을 가리키지요. 배냇머리인 아기의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라면 두어 번 깎아 주기도 하고 조금 기르기도 하다가 개중에 숱이 많은 아이들은 머리를 아주 짧게 깎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밤송이머리’가 됩니다. 머리를 바싹 깎아 주다 보니 ‘밤송이처럼 생긴 머리털’ 이 된 것입니다.또, 아이가 더 귀여워 보이라고 일부러 몇 가닥은 자르지 않고 길게 늘여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동안은 맥가이버 머리라고 부르기도 했던 이런 애교머리를 예전에는 ‘제비초리’ 라고 했답니다. 이것은 ‘뒤통수나 앞이마에 뾰족이 내민 머리털’을 말합니다.귀여운 아이가 머리숱이 많으면 ‘다박머리’라고 한답니다. 그런 아이가 더 자라서도 머리 모양이 같으면 그때는 ‘더벅머리’ 라고 불렀습니다. 그 더벅머리 아이가 머리 손질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항상 방금 자고 난 것처럼 머리가 부스스하면 ‘쑥대머리’ 라고 했습니다. 춘향이가 옥에 갇혔을 때 목에 형틀인 칼을 쓰고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는 장면을 한 번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그때 춘향이가 하고 있던 머리가 쑥대머리입니다.남자분들이 자주 하는 스포츠머리를 우리말로는 ‘상고머리’라고 합니다. 또 가끔 홧김에 머리를 확~ 밀어 버리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러면 ‘빡빡머리’ 또는 놀릴 때는 ‘까까머리’라고도 한답니다.예전에 시집 장가 갈 나이가 넘은 처녀 총각들의 땋아 늘어뜨린 머리를 ‘떠꺼머리’ 라고 했답니다. 떠꺼머리 총각이라는 게 ‘생긴 것은 어른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아 총각’ 이라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그 외에도 민머리, 갈깃머리, 덩덕새머리, 도가머리, 뚜께머리, 모두머리, 몽구리, 바둑머리, 새앙머리, 솔잎대강이, 어여머리, 조짐머리, 중다버지, 첩지머리, 치마머리, 큰머리, 트레머리, 풀머리, 황새머리 등 머리 모양과 관련된 말들이 많기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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