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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담주리 주택 골목에서 대문의 역사를 읽다

by 푸른길북 2010. 12. 13.

 

 

담양에는 주성로를 가운데 두고서 좌우로 위치한 담주리(潭州里)와 천변리(川邊里) 마을이 있다. 담양읍의 도시화가 덜 이루어졌을 때는 어깨를 나란히 하던 마을들이다. 두 마을에는 골목의 원형에 가까운 좁은 골목들이 많다. 담주리는 담양 장터에 가까이 있고, 천변리 골목은 말 그대로 담주천의 천변에 있다. 이 두 마을은 읍 단위 주택지의 전형을 보여주며 단독 주택들과 주택 사이로 형성된 골목길이 많다.
담주리의 주택 골목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집의 출입구인 대문이다. 대문은 담과 담을 이어 주고 폐쇄적인 담에 개방 공간을 준다. 주택의 대문은 모양, 장식과 재료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문의 재료로는 철판, 함석, 나무, 알루미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철제 대문, 주택 대문의 패션을 선도하다
사자 머리 장식은 철제 대문 최고의 액세서리

 

철제로 만든 대문은 요철을 이용하여 문양을 내고 두 짝으로 만들었다. 그 문의 왼쪽은 고정문이고, 오른쪽은 작은 문을 달아 출입을 하는 문이다. 오른쪽에 출입문이 있는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다. 철제 대문의 윗부분에는 삼각형 모양의 장식을 달고 있는데 그 장식의 윗부분은 뾰족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문을 넘어오는 자에게 경고하고, 이를 통하여 주인의 심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문양이다. 대문에는 언제 올지 모르는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우체통도 갖추고 있다. 철제문 최고의 장식은 사자 머리 손잡이다. 대문의 양쪽에 사자의 갈기가 잘 드러나 있는 사자 두상의 입에다가 대문의 손잡이를 달아 둔 장식이다. 철제 대문의 색은 주로 녹색이다. 사자 머리 문양의 손잡이를 단 철제 대문이 주택 대문의 패션을 주도한 적이 있었다. 산업화의 상징인 철제로 만든 문은 그 지역에서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철제 대문도 세월과 함께 비바람에 산화가 일어나서 대문의 밑단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함석문, 현대인의 추억 유전자를 자극하다
값싸고 가볍지만 녹이 쉽게 슬고 구멍이 잘 나는 단점도

 

골목에는 함석문도 있다. 함석문은 싸리문을 대체한 초기 대문으로 볼 수 있다. 가로와 세로로 막대를 대어 문틀을 만들고 위에 함석을 입히면 대문이 된다. 함석은 가볍고 상대적으로 값이 싸서 문을 만드는 재료로 자주 이용되곤 하였다. 그러나 함석은 얇고 산화가 잘 되며 강하지 않아서 녹이 쉽게 슬고 구멍이 잘 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함석 대문에는 두 짝의 대문에 잠금장치도 잊지 않고 달아 두었다. 주인은 벽돌을 쌓아서 문기둥을 만들고 그 외벽을 시멘트로 곱게 발라 두었다. 그리고 그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경첩을 꽂아 마르면서 단단해지게 하였다. 기둥의 맨끝은 사각뿔로 모양을 내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 대문도 세월의 흐름 때문에 문의 위에서부터 녹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대문계의 신세대 알루미늄 대문

손잡이의 학 문양과 상단의 꽃 장식으로 알루미늄 대문의 멋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다른 문은 알루미늄 대문이다. 대문은 보기에도 튼튼해 보인다. 대문을 만든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문의 기둥은 적벽돌로 곱게 단장하여 만들었다. 문을 매단 경첩도 단단해 보인다. 문짝은 알루미늄을 가지고서 2단으로 틀을 짜고 세로로 알루미늄 봉을 촘촘하게 넣어 두었다. 그리고 손잡이는 오른쪽 문에 둥근 장식을 해서 달아 두었고, 표면에는 장수의 상징인 학이 새겨져 있다. 대문의 위쪽에는 2단의 장식을 두었다. 왼쪽에는 동일한 위치에 노란 열쇠 구멍을 달아 두었다. 기둥에는 편지함과 초인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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