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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아가는 낭만쟁이, 노점상

by 푸른길북 2011. 1. 6.

새벽 이슬 맞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낭만쟁이, 노점상

남광주역 시장 입구에서 그와 마주치다

 

 

 

 

이곳에는 남광주 역이 있다

남광주 역은 1936년에 개설되어 호남과 영남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일제 수탈의 통로 역할을 했던 경전선이 지나던 곳이다. 사람이 모이면 먹을 것도 필요한 법이어서 자연스레 그 역전에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시장은 그 세력을 키워 가면서 1975년에 남광주 시장으로 개설되어 안정적인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찬이슬을 맞으면서 시장거리에서 장사를 하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

그리고 해학이 있다

상가 도로에는 상인이 있다. 거리에 홈리스(homeless)가 있다면, 가게를 갖고 있지 못한 숍-리스(shop-less)인 노점상이 있다. 노점상은 상대적으로 이동이 자유롭지만 사람들의 동선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흔히 노점상은 길가에 자리 잡고 물건을 파는 사람을 일컫는다. 국어사전에서는 노점상을 노점을 벌여 놓고 하는 장사나 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노점상이 우리에게 혼돈을 주는 것은 한자 표기일 것이다. 로 자가 길 로()가 아닌 이슬 로()가 맞는 표현이다. 그래서 노점상은 새벽이슬을 맞는, 즉 가게를 가지지 못한 상인을 말한다. 찬이슬을 맞으면서 시장거리에서 장사를 하지만, 그들에게는 꿈이 있다. 그리고 해학이 있다.남광주 상가에 들어서자마자 빛바랜 파라솔을 비스듬히 꽂고서 과일 좌판을 벌여 놓은 사람이 있다. 그는 휴대용 간이 의자에 누운 듯 앉아서 손님을 맞는다. 그는 노점상(露店商)이다. 노상에서 노인은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너스레를 떨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 그가 파는 물건들은 화려하지도 않다. 소시민들이 평소에 먹을 만한 것을 가져다 팔고 있다. 지나가는 손님에게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려는 서두름도 없다. 그냥 편하게 낚시용 간이 의자에 드러눕듯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이 벌여 놓은 좌판에 눈길을 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 그는 주로 과일을 팔고 있다.

 

 

 

 

탱자 자랑이 늘어지는 노인 앞에서 나는 어렸을 적 꿈에 취해 버렸다

그의 가게에서 파는 물건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노란 탱자다. 탱자를 한 꾸러미씩 빨간 망에 담아 팔고 있다. 그 탱자를 누가 사다 먹느냐고 물으니, 탱자는 먹는 것이 아니라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완도에서 바닷바람과 태풍을 맞고서 광주로 올라온 탱자라 질이 좋다고 한다. 이어서 탱자 자랑이 이어졌다. 탱자는 광양에서 주로 오고, 순천과 벌교에서는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유자가 나온다. 유자가 북쪽으로 올라오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실감난다.탱자는 술을 담글 수도 있고, 엑기스로 만들어 코로 들이마시면 비염과 축농증을 치료하고, 환절기 때는 아토피에 좋고, 목욕물에 타서 목욕을 해도 좋고, 그 꽃은 여드름에 좋다고 자랑한다.약효 자랑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란 탱자에만 눈길이 머문다. 탱자는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어린 시절에 탱자나무 가시 틈으로 손을 넣어 탱자를 따던 기억이 있다. 탱자를 움켜쥐고 손을 빼다가 가시에 많이 찔리기도 했다. 탱자는 비바람을 맞아 가며 크기 때문에 묵은 먼지가 가득 쌓여 있다. 이것을 없애는 방법은 호박잎으로 탱자를 열심히 닦는 것이다. 탱자를 손으로 박박 문지르면 호박잎에서 나오는 진액과 거친 잎이 마찰을 일으켜서 묵은 때가 벗어지고 노란 제 색이 드러난다. 이 탱자로 구슬치기도 하고 집에 두어 방향제로도 사용했다. 탱자는 시간이 지나면 마르고 쪼그라들어 보기 흉하게 상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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