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달로스도 울고 갈 우리들의 골목길 미로, 그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담주리와 천변리에서 마주친 우리들의 가슴 시린 옛 추억들
여기가 바로 담주 뒷골목이다
담양 읍내의 중앙로에서 담주1길과 담주4길로 이어지는 곳이 골목길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담주2, 3길은 도로가 확장되면서 골목으로서의 기능과 모습을 잃어버렸지만, 담주1길과 담주4길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담주1길의 별칭은 뒷골목이다. 담양 시장과 연결되는 길지 않은 좁은 골목이라서다. 이 골목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그 도로의 주변에는 담양 시장과 관련된 생업이 일어나고 있다.
굴비 엮듯이 이어져 가는 골목길의 생업들
추억 속의 리어카는 골목길 속에 어엿이 생존하고 있다
뒷골목의 초입에는 소금에 잰 굴비를 노란 띠로 엮는 작업을 하는 가게가 있다. 굴비를 상징하는 띠인 노란 띠를 가게마다 작은 리어카에 싣고서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볼 수 있다. 굴비들이 시장 뒷골목 가게에서 20마리에 한 두름씩 차곡차곡 엮이고 있다. ‘굴비 엮듯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주인은 능숙한 솜씨로 굴비를 크기대로 배열하여 엮어낸다. 이 굴비는 다음 장이 설 때 내다 팔린다. 가게 주변에는 이것들을 운반하는 도구들도 보인다. 물건을 싣기에 편리한 긴 리어카가 후미진 골목을 지키고 있다.
우리 골목 고추 방앗간, 알고 보니 유구한 역사를 지닌 뒷골목 지킴이
올해도 겨울이 되면 함석 지붕 아래에는 고드름이 매달려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줄 것이다
담주1길의 명소는 고추 방앗간이다. 이 방앗간은 일제 강점기부터 자리를 잡고 이 뒷골목을 지킨 산증인이다. 철분이 물과 반응을 하여 짙은 적색으로 녹이 슨 함석지붕은 처마를 길 쪽으로 늘여 뺐다. 함석지붕의 작은 골을 따라서 처마 밑에 중력 방향으로 낙숫물이 떨어져 땅을 파던 모습이 생각난다. 겨울에는 그 골마다 긴 고드름이 대롱대롱 매달려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었다. 이 집의 문은 미닫이문이다. 가게 문을 들어설 때 미닫이문 밑의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문은 장방향의 유리 창문을 가지고 있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방앗간 안에는 고추를 빻는 기계, 떡을 빼는 기계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일정한 박자로 돌아가며 쌀가루를 만드는 기계 소리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각종 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기에 환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 집의 천장은 높고 높다.
남성 전문 헤어샵 때문에 이발소가 없어졌다고?
우리 골목 속의 이발소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뒷골목인 담주1길과 수직으로 교차해서 만나는 길이 담주2길이다. 담주2길의 끝에는 이발소가 남아 있다. 바닥에 아직 머리카락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손님은 있는 듯하다. 이발소의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만 여전히 남성 전용 공간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발 기계, 가위, 면도할 때 얼굴에 바르는 비누액, 그리고 뒤로 젖힐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어린 시절에 이발소 의자가 너무 커서 의자의 양쪽 팔걸이 위에 나무판을 댄 후 그 위에 앉아서 머리를 깎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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